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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Feb 10. 2023

#15. 아마존, 그 잔잔한 여행

모험을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곳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비비고 일어난 새벽 6시. 한국에서는 아침형 인간인 나지만, 여기서 자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나에게는 꽤나 이른 시작 시간이다. 10시에 아마존으로 향하는 중간 관문인 루레나바께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여행을 길게 하다보니 변비와 함께 살아가는 듯 하다. 원하는 시간에 화장실을 못가서 그런가, 아니면 먹던 음식이 너무 바뀌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긴장을 너무 많이 하고 다녀서 그런가. 


그렇게 무거운 배를 안고 짐을 싸서 호스텔을 나온다. 흥정에 소질이 없는 우리는, 사기를 당하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합리화하며 여전히 우버로 택시를 부른다. 택시를 타고 편리하고 정직한 가격으로공항에 도착한다. '아마조나스 항공'이 연착이 잦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혹여나 날씨로 인해 연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다행히 괜찮다. 


아니, 그런데 연착은 커녕,손님들이 전부 도착했다고 예정보다 10분정도 일찍 출발하였다. 이런 비행기는 태어나서 처음보는데 신기했다. 10분 쯤 지나니 항공 안에서 커피도 한잔 씩 준다. 물 한 잔조차 사 마셔야 했던 스피릿 항공보다 훨씬 좋다. 그렇게 30~40분 정도 가니 바로 도착한 루레나바께. 사실 상공에서 본 루레나바께의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티비에서만 보던, 정말 딱 '정글의 법칙' 혹은 '아마존의 눈물'의 모습이었다.   


처음 본 충격적인 이미지


좋지 않은 충격이 아니라,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너무도 사랑한다. 그리고 이 곳이 그러했다. 나의 상상을 넘어선 곳이었고, 내게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공항에서 내리자 보이는 모습


공항에 발을 딛는데 그 첫 모습 또한 가히 충격이다. 습함과 더위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허허 벌판 속 길이 나 있는 장면이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진 뮤직비디오처럼 너무 황홀했다. 다른 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우리가 아마존 '팜파스 투어'를 간다고 하니, 모두 '믿고 걸렀다'고 표현했다. 얼마나 많은 모기가 있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고.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믿고 가라'고. 남미를 왔으면 여기는 가 보아야 한다고. 이렇게 내 눈앞에 직접 펼쳐진 아마존의 일부가 처음보는 신선함을 내게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후에 모기에 물린다면 말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짐을 기다리면서 잠시 공항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갔다오는데 그 30초도 안 되는 사이 바로 모기에 물렸으니깐. 


그럼에도 여전히 아마존은 아름다웠다. 화장실 다녀오는 데 택시 기사가 나를 잡고 시내로 1인당 10볼에 가자고 한다. 10볼이면 1600원 정도다. 15분~20분 가는데 그 정도면 좋겠다 싶어 오케이 했다. 짐을 찾고 택시를 타려 하니 다른 외국 여성분들도 같이 탄다. 완전 일반 택시가 아니라 봉고차와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 여자 아줌마들 4명이었다. 전세계 어느 나라든 아줌마들 4명 이상이 뭉치면 다들 똑같은가 보다. 너무너무 신나셨다.


택시기사가 가이드를 해주는데, 스페인어로 하니 우리는 못 알아들었다. 중간에 택시 기사가 멈춰서더니 갑자기 '카이만'이라며 내리란다 '카이만'이 뭔데 뭔데?하고 아줌마들에게 물었더니 영어로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냥 가서 보란다. 

  


'카이만'


비버 같이 생긴 애들이 보였다. 그래서 아, 비버의 일종이구나. 신기하다, 하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 놓았다. 근데 나중에 찾아보니 카이만은 '악어'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웃기다. 진짜 카이만은 못 보고 비버 같은 애들 보고 카이만!! 와우!!! 했으니 말이다. 


다시 택시에 타니 아줌마들이 말을 건다. 자기들은 칠레에서 왔단다. 우리가 '아줌마들 너무 웃겨요'했더니 원래 LATINA(남미 여자들)들은 재밌다며 막 신났다 또. 그것 때문에 택시 기사 아저씨도 더 신난 듯 하다. 우리랑 차원이 다른 즐거운 사람들. 그 분들은 사진을 진짜 너무 많이 찍고, 우리랑 본지는 또 얼마 됬다고 갑자기 셀카도 막 찍고, 정신이 없었다. 이 정도면 거의 마약한 거 아니야? 싶었는데 가다가 갑자기 물어본다. '너네 대마초 하니?'. 아니나 다를까. 그런 거였어. '어후, 우린 담배도 안 펴요 아주머니들.'


그렇게 시끄럽게 우리 숙소에 먼저 도착했다.


칠레 아줌마들의 흥겨움


안녕, 시끄럽지만 재밌는 칠레 아줌마들. 인사를 거의 뒤돌아서까지 한다. 누가 보면 친척 집 왔다 간 줄 알겠다 싶을 정도로.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즐거웠는데 아쉽기도 하다.


우리 숙소는 Pampa & Selva라는 호텔이다. 여행사에서 걸어서 3분이라 이곳으로 선택했다. 깔끔하고 딱 좋은데 에어컨 이용료가 따로 있단다. 8천원이었다. 비싸지만 해야 했다. 너무 습하고 더워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을 듯 했다. 


일단은 배가 고파 짐만 던져놓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Juliano라는 음식점이 맛있다해서 갔으나 문이 닫겨있다. 우리가 가려는 맛집들은 왜 다 문이 닫겨있을까. 결국 돌아다니다가 그냥 근처에 있는 아무 집에나 갔다. Luz de Mar라는 식당이었다. 


근데 진짜 신기하게도 거기서 다시 만난 칠레 아줌마 네 명이었다. 'Hola!!!!'하면서 맛있다고 들어오란다. 이번엔 그들이 식당 주인으로 둔갑했다. 종업원이 오늘의 메뉴가 15볼이라며 추천한다. 뭔지 몰라도 먹어보기로 한다. 빵+찐바나나+스프+레모네이드+메인메뉴 해서 2천원 조금 넘는 가격이었는데,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맛도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스프는 약간 닭죽 같은 느낌이고, 메인은 찜닭에 파스타 면이 좀 있는 느낌. 우리가 찾은 맛집은 다 문이 닫길지언정, 우연히 들어간 집은 다들 맛집이 되리라!


그렇게 맥주 한잔과 함께 루레나바께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 여러군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심지보다 이런 곳이 더 마음이 평안하다. 누가 뭐 훔쳐갈 걱정도 덜하고, 오히려 안심이다. 주변에 있는 강도 가 보고, 내일 갈 여행사도 한 번 가보았다. 


여행사 앞 빵집에서 한 볼리비아 소녀가 홍보를 한다. 가 보니 갓 나온 빵이었다. 파리가 앉기 전에 사자는 생각에 소시지빵 두개, 초콜릿 뺑 오레젱 두 개, 피자빵 같은 페스츄리 하나를 샀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 많이 샀는데 생각해보니 호텔에서 조식을 준다고 했다. 빵을 보고 순간 혹해서 너무 사치를 부렸다 싶어서 후회했으나, 방으로 들고 들어와 맛을 보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것이었다. 많이 사길 잘 한듯하다. 


한동안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둘이 떠들고 놀다가 다시금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계속 먹기밖에 없는 하루다. 길을 걸어가는데 볼리비아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동양인들이 신기해서인가 말을 참 많이 건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인사를 받고 인사를 하며 지나가다 생각해보니, 그냥 문화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우리 민족은 참 각박하기도 한 듯 하다. 예의범절이 중요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싫어서였을까, '안녕하세요'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인사 용어가 없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오후입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이 모두 영어식 표현들을 해석한 것에 불과하지 실제로 사용하진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말들이 더 있으면 타인과의 대화가 조금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아까 실패한 Juliano's restaurant이라는 곳에 다시 가보기로 한다. 어떤 블로그에서 저 식당이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갔다는 평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가서 시켜 먹었음에도 그냥 그랬다는 우리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계속 먹방만 하다 와서 배가 불러서 그런가, 우리 둘 다 '나쁘진 않은데.. 뭐.. 그냥....' 딱 이정도 였다. 


음식점을 나오면서 내일 가게 될 팜파스 투어에서 입을 긴 팔 티셔츠가 없어 팔토시 같은 거라도 있나 찾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옷은 그냥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서 꽁꽁 싸매기로 다짐한다. 내일 드디어 출발이다. 세상에서 제일 설레는 아마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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