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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Feb 10. 2023

#16. 아마존, 그 잔잔한 여행

아마존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호텔에서 주는 조식을 먹으러 나왔다. 조식을 주는 분이 음악을 틀어놨는데 K-pop이 대부분이었다. BTS 노래들과 블랙핑크 노래들. 오랜만에 한국 노래를 들으니 반갑다. 대한민국의 별종 20대 같지만, 놀랍게도 BTS와 블랙핑크를 잘 알지 못한다. 노래들도 주변에서 들려주거나 해서 듣는 경우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타지에서 한국어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반가웠다. 거깄던 호텔 직원분에게 K-pop 음악 좋아하냐고 물으니 Muy bien이란다. 너무 좋다고. 미디어의 힘이란 참 신기하다. 세상의 정 반대에 있는 곳까지 다 이렇게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어딜가든 요즘은 대체로 호감을 가지는 것도 신기하고. 


이후 짐을 들고 여행사로 향했다. 하필 비가 온다. 질척한 땅을 힘들게 밟고 가서 여행사에 짐을 맡기고 차를 탔다. 같이 차를 탄 사람은 6명이었다. 네덜란드 커플인 '댄'과 '보', 보와 대학친구인 '아닠', 그리고 우리 두 명과 독일인 언니 '타샤'. 댄,보,아닠의 조합을 보니 문득 궁금했다. 저들은 여행할 때 방을 어떻게 나눠서 쓸까. 


그렇게 6명이 벤을 타고 2시간 반 정도 가서 Santa Rosa라는 장소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네덜란드 여자애들 둘 다 medicine전공이라고 했다. 독일인 '타샤'는 스페인에서 1년정도 유학하고 지금은 칠레에서 인턴쉽을 하는 중이란다. 그래서 스페인어에 아주 능했다. '보'도 스페인어를 꽤 할 줄 아는 듯 했다. 보-댄 커플에게 물어보니 아닠은 2주 후에 다른 친구랑 합쳐서 여행하러 가고 그 커플은 따로 가게 될거라고 했다. 


얘기하다가 타샤가 다들 몇살이냐 뭐 그런걸 물었다. 외국은 나이를 묻는 게 예의가 아닌 줄 알았는데 또 그 정도는 아닌가 보다 싶었다. 만 나이로 말하려니 참 헷갈려서 고민을 하다가 23살이라 했다. 우리 나이를 듣더니 깜짝 놀라는 외국인 친구들. 우리도 그들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네덜란드 여자애들은 22살이었다. 타샤는 잘 25살, 댄은 26살이었다. 정말 서로 깜짝 놀랐다. 걔네도 우리가 생각보다 나이 많은 거 보고 놀란 듯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한국인들은 나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카운트 한다며 한국 방식을 알려줬더니 다들 너무 신기하다며 좋아한다. 그런 나라가 우리말고 또 있냐고 묻는다. 아마 없을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 안되서 술 먹으러 가고 싶으면 너네 나라 가면 되냐고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면 생일에 나이를 한살 더 먹는게 아니라서 더 어리게 생겼나보다고 말한다. 그렇게 스몰토크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밥이 나왔다.


콜카캐년은 밥이 정말 맛이 없어서 더 힘들었는데, 여긴 진짜 밥이 천국이었다. 너무 맛있었고, 사람들도 좋아서 모든 게 행복했다. 조금 더 벤을 타고 가니 보트를 타는 곳이 나온다. 가이드를 처음 만났다. 첫 인상은, 황정민 배우를 닮은 가이드였다. 보트를 타는 데서 세 명이 더 추가되었다. 여행하다가 만나서 같이 다니는 영국인 한 명과 캐나다에 사는 중국인 한 명, 그리고 혼자 여행 온 아르헨티나인 '후안'. 그렇게 총 여자 일곱 명과 남자 두 명이 출발하였다.


보트는 정말 좋았다. 아마존을 정말 '모험'하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독수리들을 만났고, 만화에서만 보던 새들도 보았으며 원숭이도 우리 위를 뛰어다녔다. 뱀, 거북, 칠면조를 보기도 했다.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같은 느낌이다.  


옹기종기 모인 거북이 가족과 원숭이들



가이드에 의하면, 아마존에서 동물을 만지는 것은 불법이 아닌데 동물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불법이란다. 근데 과일은 또 괜찮다고 한다. 가이드가 말을 하는 것을 듣다보면 참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 하고 아가들도 좋아해서 중간에 이동하다가 아마존에 사는 애기들을 태워서 같이 가기도 하고 했다.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탈이긴 했지만.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당연히 자연 속 모습 답게 열악하였지만, 콜카캐년 때보다는 훨씬 나은 듯 하다. 간식으로 팝콘과 과자와 주스도 줬다. 물도 무한정이란다. 짐을 내려놓고 선셋을 보러 갔는데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서 영국인 친구, 중국인 친구와 친해졌다. 안타깝게도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국인 언니는 NGO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총 4년간 남미만 여행하는 중이라 하였고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고 했다. 중국인 언니는 간호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여행 중이라 하였다. 다들 대단하다고 느낀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을텐데. 선셋은 보지 못했으나 친구들은 만들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는데 저녁도 맛있다. 밥을 잘 주는 곳이 좋은 곳이다. 밥을 먹다가 옆에 어떤 소스같은게 보인다. 다들 애벌레인줄 알고 자세히 보고 있으니, 옆에서 애벌레는 아니고, 매운 소스라며 먹어보라고 한다. 서로 다 거절하다가 '댄'이 대표로 먹어보겠다며 먹어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아니 대체 얼마나 맵길래. 중국인과 한국인인 K가 자신있게 '우리나라는 이런 거 안 매워해'하면서 먹는 순간 둘다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안 먹으려고 노력했으나 주위에서 다 먹어보라는 분위기라 휩쓸려서 먹어버리곤 엉엉 울고야 말았다. 한국과 남미의 매움은 다른 매움이었다. 다같이 모여서 울고 있으니 '보'가 지금 이거 몰카 찍는 상황 아니냔다. 눈물났지만 정말 너무 웃겼다. 


밥을 먹고 친구들과 모여 카드게임을 한 뒤, 나와 k는 샤워하러 갔다. 찬물이야 이제 익숙해져서 빠르게 씻으면 되는데, 문제는 씻는데 벌이 옆에 있다.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벌만 노려보며 내게 다가오지 않기를 주문을 걸면서 샤워를 했다. 다행히 벌이 전구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은 비록 차갑지만 콜카캐년보다는 덜 차가운 것에 감사했다. 거기선 정말 얼음장이었으니깐. 아무튼 모기에 물릴까봐 씻자마자 뛰어서 모기장이 있는 방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다같이 이용해야 하는 방이지만, 각 침대마다 모기장이 쳐져 있어서 꽤나 아늑하다. 

  


모기장에 누워서 바라본 밖 (사실 옆 모기장들)


오늘은 모기에 한 방도 물리지 않고 살았다. 첫 날부터 즐거움이 가득한 하루였으니,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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