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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

도덕이라는 이름의 족쇄

by 신잔잔

어릴 적부터 나는 글쓰기를 참 좋아했다. 희곡도 써 보고, 뮤지컬 대본도 써 보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그다음이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형편없는 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어디에도 내놓지 못한 채 결국 내 서랍 속에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왜일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막는 걸까. 내가 쓴 글은 왜 늘 무난하고, 안전하고, 그래서 밋밋한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봤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도덕성.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자랐다. 그 가르침은 내 삶의 기준이 되었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기준이 내 글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쓴 글 속 인물들은 언제나 옳은 길만을 가고, 감정도 행동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 나는 나의 비도덕적인 상상력을 아주 어릴 적부터 스스로 금지시켜 왔고, 그 결과 ‘파격’도 ‘솔직한 욕망’도, 나의 글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은 때로는 잔혹하고, 때로는 대담하지만 언제나 진지하다. 돌아가신 작가들은 더 이상 독자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기에, 그들의 글은 더없이 순수하고 자유롭다. 시대를 초월해 문학상을 받는 작품들도 어쩌면 그런 무게와 자유로움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글에는 그런 격렬함도, 단호함도 없었다. 오직 도덕의 경계 안에서 조심스럽게 쓴 이야기만이 남는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그런 글밖에 쓸 수 없는 내가 연출가의 길을 계속 가는 게 맞을까, 회의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러한 나의 부족을 인정하고 꽤나 쉽게 그 길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희곡을 쓰는 것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나는 가끔 글을 쓴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아직은 평범하지만, 언젠가는 글 속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도덕'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꿈 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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