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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pr 07. 2022

지방에서 방송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강작가는 열일 중] 서울과는 너무 다른 별천지, 지방이라는 세상

나는 '지' 방송국 시사교양 작가다!

굳이 ‘지’이라는 지역적 테두리에

명함을 가두는 이유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작가들과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들의

역할과 대우가 너무나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내 이력서에 적힌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SBS 생방송 투데이... 와 함께

10개가 넘는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서 일한 경력들이

10년이라는 경력 단절을 뛰어넘어

다시 지에서 방송을 만드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에 있는 방송국에서 일하게 된 내 원고료는

10년 전, 서울에서 내가 받았던 원고료보다 작았다.


원고료만 작은 것이 아니라

메인작가가 하는 일도

어지간한 FD가 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사실 그 역할을 작가가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는

FD가 없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라는 특수고용직이

일거리가 많 방송국이 많은 서울에서는

팀을 이뤄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꽤 큰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지만     

몇 개 안 되는 한정된 방송국에,

제작환경마저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지역 방송국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그야말로 작가가 아닌 ‘잡가’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지역 방송국은

작가를 '잡가' 만들어놓고

제대로 일할 작가가 부족하다며 

일할 사람을 찾아 허덕인다.     


한정된 제작비로 몇 개 되지 않는 프로그램만 만들다 보니

작가들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한 운 좋은 몇몇 작가에게만 일이 쏠리고,     

라디오나 보도국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프로그램을 지키는 잡가들은

원고료 네고는 꿈도 꾸기 힘들고

그나마 양심 있는 피디들이 몇 년 단위로 올려주는

얼마 안 되는 원고료에 감사해하는 실정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너는 왜 기회가 열려 있는 서울에서 일하지 않고

지방에서 일하냐'

라는 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작가님은 왜 지방에 내려오셨어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개인적인 이유기 때문에 웃어넘기지만

사실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작가가

돈을 벌려면...

그래, 서울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지역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하면서

늘 생각했던 ‘지역 소멸’이라는 주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서울, 수도권이 있고

은 아무런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수도권으로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

몸서리치게 싫은

나름 거시적인 이유.     


그리고 의리!!

10년이 넘는 경력단절에도 기꺼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문을 열어준

지역 방송국들에 대한 의리 때문이다.     


그래, 난.. 지에서 일하는 방송작가다!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지역 방송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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