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은 2023. 12.경 다음과 같은 사실들로 피의자를 고소하였습니다.
(1) 피의자는 2013. 2.~3.경 회식을 하던 중 화장실 근처 복도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몸을 끌어당겨 입맞춤을 하려고 시도하였고, (2) 2013. 4.경 회식을 마친 후 피해자가 귀가하려고 택시를 타려고 하자 갑자기 피해자를 껴안았고, (3) 2015. 상반기경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소개팅을 해주는 자리에서 소개팅 상대방이 화장실에 가자 그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려고 하였고, (4) 2016. 9.경 직원 청첩 모임에서 피의자가 피해자의 옆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엉덩이를 주물러 만졌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상담할 때 참 난감했습니다.
위에는 대충 작성한 것이지만, 고소내용이 너무 엽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해자의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피해자다움을 강요 어쩌고가 아니라 그냥 내용 자체가 정말 비상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혐의없음이 나오면 쉽게 나올 수도 있을 거 같고... 다른 한 편으로는 워낙 여성이 성범죄 피해사실을 알리는 경우 사내에서는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고, 일부 혐의에 대해 인정이 안 되더라도, 고소인과 비슷한 증언을 하는 증인이 나오거나 진술이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인정이 되어 하나의 혐의 사실에 대해서만이라도 인정이 되어버린다면 피의자로서는 잃을 게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상식적인 선에서 변론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요.
이 사건은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에 대해서도 고소장에 적시하였다는 것입니다.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다시 말해 피해를 당한 날로부터 10년이 도과하기 전에 수사를 종결하고 기소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①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
1.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
3.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
4.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7년
5.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5년
6.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3년
7.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년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따라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 2023. 12.이니까 2013. 12.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다툴 수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은 위와 같이 (1)과 (2) 행위에 대해서도 고소장에 적시를 하였는데, 고소대리인은 이에 대해 '고소인이 오랜 기간 피의자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피의자는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자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더이상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요.
다행히 회사에서는 징계를 하지 않고 피의자에 대한 처분을 계속 기다려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피의자 스스로가 더이상 회사에서 피해자와 함께 지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주임검사는 "피해자는 추행을 당할 당시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직원이 해당 장면을 보고 어쩔 줄 몰라했다고 주장하나, 해당 직원은 어떠한 기억도 없으며, 만약 고소인의 주장과 같은 상황이 있었다면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등 무슨 일이 일어났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고소인의 주장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피의자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의자는 2023. 12.경 고소를 당하였고, 2024. 11.말이 되어서야 겨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피의자는 잠도 잘 못자서 체중이 상당히 줄었고, 머리도 많이 빠졌다고 했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폐해진데다 직장도 옮겨야만 했으니 그 손해는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혐의를 벗었다고 해서 일상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참 많이 안타까웠던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