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꽃구경
꽃놀이
나는 원래 꽃에 관심이 없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다. 꽃 옆에 있으면 당연하게 따라오는 게 벌레인데, 나는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하기 때문에 꽃에 관심 없었다. 그러다 보니 꽃이나 식물은 좋아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사람이 변하나 보다. 꽃을 보고 예쁘다며 사진을 찍는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하고 있다. 꽃을 보면 괜히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남기고 싶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꽃이 펴있으면 사진을 한 장 남긴다. 같이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괜히 꽃 옆에 세워두고 사진 찍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서 올해는 작정하고 꽃이 피는 날만 기다렸다. 3월 중순부터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원래 친언니랑은 자주 놀러 다니지 않는데 꽃놀이 가자며 약속을 잡았다. 김밥 싸서 강아지랑 함께 돗자리까지 챙겨서 가자고 약속했다. 장보는 날짜, 꽃 보러 갈 날짜, 꽃놀이 장소까지 다 정했다.
친구랑 4월 6일에 날짜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추워서 꽃이 늦게 폈다. 4월 초에 개화 시작이라 했는데, 4월 중순까지도 만개하지 않았다. 친구랑 갔던 한강은 가지가 앙상했다. 강 근처라 추웠는지 꽃이 피지 않았다. 신기한 건 한강 근처 벚꽃 길로 유명한 곳을 가니, 거기는 만개해 있었다. 친구랑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끌어 모아 열심히 사진 찍었다. 친구랑 각자 찍은 벚꽃 사진을 보고 손이 똥 손이라 속상해했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만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에 반의 반도 안 담겼다.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끌어 모았다 했지만, 내가 솜씨가 없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안 그래도 둘 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한강을 돌아다니는데 추워서 덜덜덜 떨었다. 한강을 계속 돌면서 추위를 잊어보려 했다. 추위는 쉽게 잊혀지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친언니와의 꽃놀이 계획은 친구와 한강을 다녀오고 전면 수정했다. 원래 계획은 4월 7일에 가는 거였는데 한강도 앙상했고, 인터넷 후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꽃이 폈다는 글을 발견하지 못해서 주말로 미뤘다. 그렇게 주말이 됐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을 거 같아서 다시 한번 미뤄서 4월 11일에 가게 됐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사람 많은 건 매한가지였다. 주차장에 들어가는데 20분은 넘게 걸린 거 같았다.
4월 11일은 날이 너무 좋았다. 날이 여름이었다. 사람들도 다들 가벼운 옷차림으로 왔다. 강아지가 너무 좋아해서 나도 좋았다. 아침부터 김밥 싸면서 강아지용 양배추말이도 같이 만들었다. 우리가 강아지는 밖에서 음식을 안 먹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리 먹어보라고 내줘도 한입도 먹지 않았다. 집에 와서 다시 주니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다.
동네 산책 나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리고, 떨어지는 걸 보면 많이 아쉽다. 그래서 요즘 산책을 더 더 자주 나가고 있다. 꽃 떨어지는 게 아쉬운 사람이 됐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