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명의 ‘AI 전문가’

307명의 ‘AI 전문가’?

by 다소느림

성과는 분명하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는 6기를 운영하며
모집 인원 788명, 수료 목표치 93% 대비 실제 수료율 89.4%,
교육 만족도 평균 89.4점을 기록했다.


기업 연계 프로젝트,
자격증 취득 207건,
공모전·해커톤 수상 22건,
논문 발표 19건,
지적재산권 출원 10건 등
수치로 정리된 성과만 보면 적지 않은 결과다.


이 성과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 모든 결과가
“AI 전문가 307명 배출”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때 생긴다.


수료 기준


AI사관학교의 공식 기준에 따르면
수료를 위해서는

출석률 8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교육 기간은 약 1300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도 높은 일정이 이어진다.


즉, 형식적으로만 보면
수료 기준은 결코 낮지 않다.
문서상 기준만 보면,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면

수료가 어렵게 설계돼 있다.


현장의 소리


수료식 현장에서
교육 기간 동안

거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인원이
수료자 명단에 포함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출석률 80%라는 기준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 기준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수료생 입장에서 의문이 남는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출석률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됐는가

오프라인·온라인 출석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됐는가

조기수료자와 정상 이수자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출석률 미달 시 실제 제재는 있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다 보니
‘형식적 수료’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수료 ≠ 전문가


설령 출석률 80%를 충족했다고 해도
그 자체가 곧 ‘전문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6개월, 1300시간의 교육은
AI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밀도 높은 경험이다.


그러나 대학·대학원 과정에서 다루는
기초 이론,

알고리즘의 원리,

반복적인 실험과 실패,
산업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 경험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


만약 수료만으로 전문가가 된다면
왜 사람들은 대학에 가고,

대학원에 가고,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수년을 투자하겠는가.


그래서 “AI 전문가 307명”이라는 표현은
현실보다는 성과 홍보에

가까운 말처럼 느껴진다.


양으로 채운 1300시간


AI사관학교의 교육은
프로젝트 기획 → 설계 → 구현 → 발표까지
실무 흐름을 경험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업 실무진이 참여한 프로젝트 발표회,
담당 강사의 리허설 지도,
해커톤과 경진대회 운영 등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상
개별 기술과 개념을 깊게 파고들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시간의 양이 곧 학습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문성은 결국 깊이에서 나온다.


사관학교가 남긴 것


그렇다고 이 교육이

무의미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AI사관학교는 분명 기회의 장이었다.


AI라는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고,
창업과 취업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성과가

교육이 자동으로 만들어준

결과라기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숫자 이후에 필요한 질문들


이제 필요한 것은
성과 숫자를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출석률 80% 기준은 실제로 얼마나 엄격히 적용됐는가

수료율 89.4%는 어떤 과정을 거쳐 산출됐는가

‘전문가’라는 표현의 내부 기준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개선 방안은 준비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때
AI사관학교의 성과는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문은 열어줬지만



수료증.jpg

AI사관학교는 나에게 하나의 문이었다.
하지만 그 문을 지나
어디까지 가느냐는

결국 개인의 몫이었다.


수료증이 전문가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라는 말은 그만큼 무거운 단어다.


광주가 AI 도시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성과의 ‘양’뿐 아니라
성과의 기준과 깊이까지

함께 설명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사진 출처 │ 광주광역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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