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나갔으면
요즘은 연말이라는 느낌이 잘 안 난다.
원래 이맘때면 거리도 북적이고,
식당도 정신없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조용하다.
연말 모임이 없는 건 아닌 듯 하다.
그래서 다들 말은
평소보다는 낫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 말 뒤에는 항상
11월보다는 힘든거 같다고들 한다.
연말인데, 11월보다 힘들다는 말.
이게 요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 같다.
자영업만 그런 것도 아니다.
건설 경기는
늘 힘들었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인테리어나 일용직 쪽에서도
일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모든 현장이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년대비 같은 달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는 체감은 비슷하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보다
“일이 없다”는 말이 더 먼저 나온다.
그게 요즘의 분위기인듯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괜히 큰 기대를 하게 되진 않게 된다.
엄청 행복한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없다.
그냥
조용했으면 좋겠다.
무난하게,
무던하게,
아무 일도 없이.
올해는 개인적으로도
그런 마음이 더 크다.
사업을 시작한 첫해이기도 하고
아마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일하지 않는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일해와서 그런지
쉬는 크리스마스가 반갑다.
그런데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이제 일을 벌였으니까
이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좋아하고 잘한다고 해서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일로 수익을 만들고
사업을 키워봐야
그게 진짜 실력인데
아직은 뭐가 뚜렷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요즘 마음은
막연한 불안이라기보다는
그냥 “버티자”에 가깝다.
불안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안 불안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막 조바심을 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막 두 달을 넘겼고
세 달쯤 되어가는 시점이다.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보지만
계속 이러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자꾸 따라온다.
그 생각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올 크리스마스는
엄청나게 행복한 날이 아니어도 좋을 거 같다.
그냥 하루쯤은
아무 걱정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뉴스도 조용하고,
주변에서도 별일 없고,
나 스스로에게도
오늘만큼은 생각 좀 멈춰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날.
요즘 같은 시기엔
그런 하루 하나가
생각보다 꽤 큰 일이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딱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