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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Key Aug 29. 2023

바르게 가고 있는지는
본질을 알고 있는지에 달렸다

<누구한테 뭐래, 나부터 잘해야지> 시리즈 (6)


접어볼 수 없는 폴더블폰


이 문장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초창기 중국의 폴더블폰이 생각나는가? 

아니다. 내가 북미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만난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의 첫 이미지이다.

2023년에 출시한 5세대 폴더블폰은 최초로 완전히 접히는 형태로 출시가 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이제부터 갤럭시 폴드5와 플립5와의 첫 만남을 소개하려 한다.




2019년,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시장을 야심차게 열었다. 누가 세계 최초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기에 최초라는 타이틀은 놓쳤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앞세운 갤럭시 Z 폴드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제품이었다. 나도 제품이 출시되자 마자 매장으로 달려가서 만져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몇 개의 모델을 거치면서 2023년 드디어 폴드 5와 플립 5가 되어서 드디어 완전히 접히는 형태의 폰이 출시되었다. 기존 4세대까지의 모델은 접었을 때 완전히 접히지 않는 점이 늘 아쉬웠었는데, 물방울 힌지가 적용된 폰이라 완전히 접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손으로 잡았을 때 어떤 그립감인지 너무나 궁금했었다. 안타깝게도 제품 출시 시점에 나는 한국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다. 그래서 미디어 행사와 홍보 영상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제품 홍보 영상,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이게 뭐야, 폴더블폰인데 접어볼 수 없다고?”


그러던 중, 지난 달 뉴욕을 방문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그곳은 북미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Best Buy>였다. 폴더블폰을 볼 수 있다는 몹시 흥분된 상태로 매장으로 뛰어들어갔고, 드디어 눈으로 실물을 영접하게 되었는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고야 말았다.

갤럭시 폴드/플립 모델의 전시 형태 - 도난 방지 장치로 인해 폰을 완전히 접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너무 황당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제품을 보러 같이 갔던 미국 친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황했던 이유는 제품이 전시된 방식 때문이었는데, 도난 방지 장치로 인해 제품을 완전히 접어볼 수 없도록 해 놓은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5세대 폴더블폰의 가장 큰 특징이 완전히 접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인데, 그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무언가 많이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Best Buy 입장에서는 제품의 도난 방지가 중요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이런 전시 방법은 폴더블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본질을 완전히 무시한 방법이었기에 화가 날 정도였다.




"사람들은 전자제품 매장을 왜 찾아가는 것일까?"


온라인 소비량이 오프라인 소비량을 추월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 왜 그런 것일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내게 적합한 제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구매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매장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전시장은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기획되고 꾸며진다.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 있을 정도로, 제품 전시와 경험은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등 매장에서는 오감의 경험을 제품과 연결시키는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고객이 제품을 경험해 보는 동안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오감의 느낌과 제품을 연계하여 구매욕구를 자극하도록 굉장히 세심하게 설계되고 있다. 

그럼으로 고객이 소중한 돈을 지불해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제품이고, 이 제품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제품의 본질을 최대한 고객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 기본이다. 본질이 빛날 수 있게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관점에서 폴더블폰을 다시 보자. 폴더블폰의 본질은 무엇일까? 당연히 폰을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자제품 유투버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폰을 완전히 접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제품을 접고 펼 때의 느낌을 아주 상세하게 전달하고, 완전히 펼친 화면 모습을 보여주는 등 사용자가 궁금해할 것들을 대신해서 경험해보고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새로 출시된 제품의 특징이 무엇인지, 그리고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갤럭시 Z 시리즈의 특징을 중심으로 리뷰하는 장면> 출처 : 유투버 잇썹



매우 궁금해지는 것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Best Buy는 제품의 특징을 몰랐을까?'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설마 북미 전자제품 유통의 대표적인 기업인데, 제품의 특징도 모르고 전시를 할까? 

그.런.데. 왜, 어째서 폴드 5와 플립 5를 접을 수 없는 형태로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뒤로 하고 매장을 나왔다.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온 후 잊고 지내던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평소 관심이 없어서 지나치던 밴쿠버의 Best Buy 매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 그래! 벤쿠버는 어떻게 전시를 해놨을까? 미국이랑 다르게 전시를 했을까?’


완전히 접힌 폰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밴쿠버의 Best Buy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제품은 동일하게 전시가 되고 있었다. 오히려 도난 방지용 Lock이 더 강하게 설치된 매장도 있었다. 이 매장의 경우에는 아예 폰을 접어볼 수조차 없게 설치가 되어 있었다.

<Best Buy 매장에 전시된 플립 5 모델, 고정장치로 인해 아예 접어볼 수도 없다>


그뿐 아니다, 제품의 스크린에는 "Flip5"라고 나오지만, 제품 모델과 스펙을 보여주는 공간에는 "Flip4"라고 적혀 있었다. 도대체가 제품 전시에 정성을 다한 것인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이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공간에 제품과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품 전시를 담당하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성의가 없었던 것일까? 제품 전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디테일도 챙기지 못하고 있었으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이 사실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너무 속이 상했다. Best Buy도 제품을 판매를 해야 이익이 생길텐데,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관리를 못하는 것일까.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던 8월의 어느 날,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다른 기업의 전시장을 지날 일이 있었다. 제품 구매를 할 생각이 없어서 늘 그냥 지나쳤었던 매장인데 Best Buy에서의 실망하고 난 뒤라서 그런지, 그 매장에서는 어떻게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애플 매장이었다.


<도난 장치의 크기와 위치가 애플 매장과 Best Buy 사이에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왼쪽이 애플 매장에서 만나본 아이폰의 전시 상태이고, 오른쪽이 Best Buy에서 만나본 폰의 전시 상태이다. 아주 작은 형태의 도난 방지 장치가 제품의 뒷면 하단에 설치가 되어 있고, 스탠드에 붙이기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이 되는 형태로 전시되어 있어 전혀 불편함 없이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 매장의 분위기는 논외로 하자.

반면에 Best buy는 제품의 뒷면에 아주 큰 원기둥 모양의 도난 방지 장치가 설치가 되어 있고, 폰을 들어 올리면 뒷면에 두꺼운 보안 장치가 함께 들려진다. 덕분?에 제품의 무게를 가늠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제품은 별도의 케이블을 통해서 충전되는 형태이다. 그나마도 들어 올릴 수 있는 길이가 상당히 짧아서 제품을 경험하는데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품이 바형태이든, 오래된 2G폰의 형태이든, 폴더블폰의 형태이든 상관없이 동일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꼭 저렇게 마치 20년 전에나 사용했을만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충전 케이블을 꽂아야만 했을까? 새로 나오는 제품의 특징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지 않은가. 

제품별 특징이 가려지지 않고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보다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게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쓴 것의 차이가 고객의 눈과 손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될 수 밖에 없다. 전시장의 본질을 어느 기업이 깊게 이해했을까? 질문을 할 필요도 없이 답은 나온 것 같다.





제품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을 알았을텐데,
왜 전시 방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내가 Best Buy 매장과 과거 아주 고약한 경험이 있어서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생활할 때 나는 거의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Best Buy에서 구매했던 평범한 고객이다. 이런 평범한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 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애플 매장과 비교해 보면 Best Buy의 전시 방법에는 아쉬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보자면 한 기업은 전용 매장이고, Best Buy는 다양한 브랜드를 모두 전시하는 매장이기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변명을 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라면 오히려 전자제품 유통 전문 기업이 제품 전시에 있어서는 더 탁월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들은 제품의 전시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 

분명히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전문 업체에서 폴더블폰의 본질을 보여주지 못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나는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니 함부러 판단할 일은 아니다. 고객의 입장만 이야기할 뿐이다.


다만, 이번의 경험을 통해서 "왜"라는 질문을 멈출 수는 없었다. 유통 공룡 기업이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몇일 동안 계속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 머리 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변화"와 "저항"에 대한 생각이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그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전시 방식을 유지하면 고객들은 삼성의 새로운 폴더블폰을 접어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존의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치명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신경이 쓰였을까? 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투자를 해서라도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지난 날의 성공의 자산들, 경험들. 그 익숙함이 원인이지 않을까? 익숙한 것을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변화의 시점을 감지하더라도 우리들은 기존에 하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서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는 관성때문에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그 상황을 애써 무시하기를 반복하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괜찮아, 아직은 괜찮을꺼야"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변한다. 그에 따라 나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용기가 결국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어떻게 하면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나를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 더 빠르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바르게 가고 있는지는, 바로 이 본질을 얼마나 깨닫고 사는지에 달려있다.




약 8년 전에 미국에서 코치 한 명이 회사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정문으로 마중을 나가서 사무실로 안내를 해서 오는 길에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그 분이 나에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나는 내 업무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걸었다.

"제가 하는 일은 어쩌구 저쩌구, 매일 이런 일을 하고요, 가끔은 이런 일도 하고요~~~"


그러자 그 분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질문을 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가 하는 일을 나열하라는 것이 아니고 내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즉, 일의 본질을 물었던 것이다.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기에 그날 이후 나는 이 질문과 그날의 내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질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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