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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Key Apr 07. 2023

<무경계>를 읽으며 나의 '선'들을 마주하다 (2/2)

<누구한테 뭐래, 나부터 잘해야지> 시리즈 (1)

지난 시간, '선'이라는 개념을 활용해서 

휴직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소중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양손 가득 무언가를 쥐고 살았던 것같은데

휴직을 결정하고 나서는 양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조차 인식하지도 못했고 그저 내려 놓았다.

내려 놓는 과정에서 접했던 책이 <무경계>였고,

책 속에서 '선'이라는 개념을 만나면서 나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는 기회를 맞이했다.

손에 쥔 것을 내려 놓는 순간 내 주변에 있는 삶의 기준들을 인식할 수 있었고

이번 시간에는 그 경험들이 내게 어떠한 숙제를 주었는지를 잠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가까이 다가서야 명확해지는 것이 있고,

오히려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야만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아, 최근엔 노안이 오면서 약간 떨어져야 잘 보인다는 것이 좀 슬픈 일이다...

마치 나무를 보는 것과 숲을 보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모두 중요할뿐.

다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을 스스로 자각하고 상황에 따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선으로 통찰을 생각해보다 

휴직이라는 굉장히 낯설고 두려운, 하지만 흔하지 않은 기회를 통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스스로 만든 선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남들이 그려 놓은 선들.

그 선들이 어떤 의미이고 그 선들로부터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진짜 흥미롭고 재미있던 경험은 선을 넘고자 했던 시도였다.

선을 마주하고, 그 선을 없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회사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기 전 같은 회사에서 꽤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었다.

서비스 관련 업무, 조달 관련 업무, 제품 수출을 위한 고객사 응대 업무 및 선적 관련 업무,

회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시스템 관련 업무 등등.

이러한 업무를 하면서 많이 들었던 단어들은

'혁신' '효율' '절감' '극대화' '안정화' '개선' '최적화' '고객만족' 등이었다.


교육을 담당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이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Insight'란 단어이다.

* 영어 그대로 '인사이트'로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말로 할 때는 '통찰'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우리 리더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강사를 찾아봐"

"이번 교육을 통해서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어?"


자연스럽게 나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도대체 이 통찰이란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고, 사람마다 각자의 해석으로 통찰을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 통찰을 '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리해 보았다.


세상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면서부터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 주목받고 있다.

한 가지의 정답이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인데,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관찰하고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인재를 선발하는 조건으로 세심하게 평가를 하고

만들어낸 솔루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솔루션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과정 역시 가치있게 생각한다.


이와 같이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Input)을 통해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물(Output)을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경험이 '통찰'이 아닐까?


그렇다면 평소와 다르게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할까?

지금까지 넘어보려는 시도를 해보 못한 내 주변의 선을 넘어

그 밖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된다.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선 안에서의 평안한 상태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니,

'Ah Ha Moment'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선을 넘어보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선을 발견하기 > 선을 마주하기 > 선을 밀어보고 지워보기 > 선을 넘어서 보기


■ 선을 넘어서 문을 열고 나오다 

선이라는 것은 나를 정의하고 나를 지켜주는 보호 기능도 하기 때문에

선을 움직이고 지우고 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지워버리는 것으로도 생각될 수 있어 불안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그어진 선들이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또한 불안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세상에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수많은 방식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어디일까?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인 '선'과 연결해보자면 선을 인식하고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휴직을 앞두고 작년 연말부터 나는 아주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매년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면 다음 년도 업무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이때, 업무의 새로운 담당자가 배정되기도 하고, 업무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는 시점이라

늘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이 시간을 맞이하고

내년에는 어떻게 배정된 업무를 수행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 수립 및 연구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나는 휴직이 결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업무가 배정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동료들이 정신없어 하는 이 시기에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내가 하던 업무가 다른 담당자에게 배정되기도 했고

예전에 하던 업무가 담당자 A로부터 B로 이동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시기에 동료들과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기존에 하던 업무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과제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 나눔 등...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는 것인데,

업무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기존에 업무하던 방식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고

솔직히 거의 '막말'에 가까운, 다시 말해서 무슨 말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기에

'자유' 상태로 과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자유로운 상황이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기존에 나를 둘러싼 선들, 그 거대한 장벽들이

더 이상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었고, 따라서 그 선(장벽)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선'을 내 손으로 밀어낸 첫번째 경험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졌다.

* 물론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나에게만 신선했을 것이다.


그리고 연말 연휴가 시작이 되었고 연초부터 휴직이 시작이 되었다.

이제는 완전히 업무에서 자유로워진 상황이었고 

여러 교육과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얻고 사고를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기존의 제약을 벗어나고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선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과는 달리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부담없이 생각할 여유가 생겨났다.


이번에는 무리하게 내 주변의 선을 밀어내거나 삭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 선들은 그곳에 있는대로 두고서 그 장벽에 문을 만들어서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선은 나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선들의 존재의 이유는 명확하다. 나를 정의하는 소중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없애기 보다는 '문'을 만들어서 열어서 나갈 수 있는 선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점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선이 없었다면 1개의 관점이 존재했을텐데, 

선은 두고 문을 만들어서 그 문을 자유롭게 오고가면 2개의 관점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개념이다.

* 순전히 개념적인 접근일뿐, 이렇게 산술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손으로 선을 밀어낸 첫번째 경험에 이어

두번째 경험에서는 나는 성벽에 문을 만들고 그 문을 열고 그 성벽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그 성벽으로부터 멀리 걸어나왔고,

마치 기분은 성벽 안이 내려 보이는 언덕에 올라선 느낌이었다.

이런 성벽의 안과 밖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경험은

<무경계>라는 책을 읽으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자 휴직이 나에게 준 멋진 선물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을 아예 근본부터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고

개인적으로는 나를 덮고 있는 포장지를 다 뜯어낸 상태로 나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선'의 개념으로 Golden Circle을 재해석하다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은 이미 정해진 것들이 많다.

리더십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자 강연가인 사이먼 시넥 (Simon Sinek)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라는 "Golden Circle"을 소개했다.

<출처: TED,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


골든 써클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강의를 하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할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어서 활용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일하는 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통의 접근이

What 에서 시작하는지, 아니면 Why 에서 시작하는지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어떻게 바꾸어 볼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활동으로 활용했었다.


사이먼 시넥은 그의 강연에서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본인들이 해야 하는 것 (What)을 알고 있고,

그러나 그보다 적은 사람들이 그 일은 어떻게 (How) 하는지를 알고,

훨씬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근본적인 이유 (Why)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근본을 탐구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소통의 흐름을 Why 에서 시작해서 What 으로 맺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선'이라는 개념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나는 What 이라는 개념이 '선'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어 놓은 선도 있지만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선들도 있다고 앞에서 설명을 했는데,

특히나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 보면 이미 정해진 것들, 

아무런 의심도 의문도 갖지 않고 그저 따라가는 것들이 있다.

왜냐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

이미 정해진 것, 분명한 것, 해야 하는 것은 선에 의해 결정이 된다면

그러한 선들이 곧 골든 써클에서 "What"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의심할 필요도 없이 해야 하는 당연한 것들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 선을 보고 있던 보고 있지 않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선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혹시 그외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를 탐구할 여유가 없이 따르기만 한다면

현재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래서 사이먼 시넥이 설명하는 것처럼 모두가 What은 할 수 있지만

보다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고민,

즉 How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경험한 '선'을 통한 관찰을 기반으로 생각해보자면

선을 발견하고 인지하고 움직여보려고 시도하는 과정이 "How"에 해당한다.

이는 What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에 대한 탐구를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근본에 대한 접근이 "Why"를 문을 열고 나가서

언덕에 올라 기존에 나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선(성벽)들을 관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그 수많은 선들 안에 존재하는지, 그 안에 존재함으로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은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힘은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두터운 성벽을 마주하고,

기꺼이 문을 만들어서 안전한 공간을 한참이나 벗어나서 뒤돌아 볼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용기와 도전을 할 계기도 필요한 것 같다.


경계의 의미를 갖는 '선'은 우연한 기회로 생각해보게 된 주제인데

참 여러가지를 연결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존재하던 곳을 벗어나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된 휴직이라는 기회와 맞닿아서

두꺼운 성벽을 잠시 나온 내가 어떠한 탐구를 더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말이 좀 복잡하기는 한데, '선'과 마주했던 경험과 문을 열고 나가본 경험은

뭐랄까 답답하다고 느껴진 모든 것은 그물처럼 내가 만들어 낸 선들의 결과에서 온 것이라는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뭔가 그럴싸하게 엄청난 사고의 깊이를 자랑하는 멋진 말로 표현하면 좋겠지만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것은 Back to the Basic 이라는 걸 새삼 알게된 경험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지금은 약간의 자유로움이 만들어 준 기회를 잡고서 

선을 발견하고 만져보고 밀어도 보고 지워도 보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

다시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즉 휴직 복귀를 하게 되면

나는 또 어떤 태도로 그 수많은 선들을 마주하게 될까?

그때도 지금과 같이 자유로움을 가슴에 품고 새롭고 다양하게 대할 수 있을까?


사람 사는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선'안에 나를 가두는 일은 멈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해서 많은 문들을 만들고, 자유롭게 문을 넘나들 수 있는 여유를 갖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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