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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an 24. 2024

이젠 집이다. 비록 아바타 역할 뿐이지만

중국인과 한국인중 누가 네고왕일까?

드디어 집이다. 중국에서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집.

같은 시기에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서로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한 눈치 전쟁과 적극적인 사람들은 부임오기 전에 벌써 전임자와 컨택을 해서 소위 좋은 집이라는 것을 찜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대단한 적극성에 입이 쩍…. 그러나 나도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주말 시간을 잡아 부동산에 연락을 하니 자연스럽게 동기들 몇 명과 함께 집 보는 그룹이 형성이 되었다.


연태의 경우는 크게 한국인들 특히, 주재원들이 밀집되어 보습학원 수준이긴 하지만 학생들 학원도 있고 한국 음식이나 물건을 비교적 구하기 쉬운 단지가 있고, 이 밀집단지의 생활권 내에 있지만 길하나 건너는 거리를 두고 있는 신 주거지역, 그리고 다소 지나친 주재원사회 혹은 한국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조금 더 추구하는 인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크게 3가지 분류가 있다.


밀집단지는 일단 편리하다.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단지 내 놀이터도 아이들의 한국말이 들리고 위아래층에 사는 경우도 많아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가 가능하다. 배달이 가능한 식료품 가게나 세탁소등 생활 인프라가 다양하게 들어와 있고, 특히 학원(크지는 않다. 대부분 보습학원이나 과외 수준) 이 많아서 자녀가 있는 주재원 중에, 학원도 다니면서 동년배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가 선택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만 그런 만큼 단지 내 주차나 도로나 아파트의 시설이 좋지 않은데 그에 비해서는 금액이 비싼 편이다. (주재원 지원금은 어차피 직급별로 정해져 있다.)


동기들 중에는 처음에 이곳을 보고는 왜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해?라고 외치다가 몇 년 지나서 자녀와 와이프의 지인이 많다는 관계로 결국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해외에서 생활하는데 한인들이 모여 있다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와이프와 국제 통화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중국 내 카카오톡이 안돼서 와이프도 위챗(Wechat)을 까는 것부터 힘이 다 빠졌지만 그래도 집은 내가 멋대로 할 수는 없어서…. 아니 정확히는 나는 결정권이 없으니 핸드폰을 통해서 부동산과 와이프가 통화한다고 해야 하나? 난 그저 아바타일 뿐.


무엇보다 중국의 아파트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되는데 그걸 나도 이해하는데 한참 설명을 듣고서야 전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아파트를 빌리는 데는 기존에 있던 가구나 전자제품들을 사전에 협의를 한다면 사용할 수 있게 세를 주게 된다.  

중국인이 살던 아파트는 가구 같은 게 소위 앤틱 한 느낌이 많았다. 부자면 부자일수록 목재와 고풍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는지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 같은 모던하거나 심플한 느낌이 아닌 다소 과한 장식들. 엘리베이터가 없는 4~5층 아파트단지도 있었다. 한 단지가 한 번에 지어지는 게 아니라서 지어지는 시기에 따라서 고층 아파트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가 차이도 나고,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연태가 바다가 인근에 있으니 바다뷰를 좋아하는데 바다뷰는 겨울에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으로 추위를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수돗물이 석회가 많아 집전체로 들어오는 물을 정수하는 곳도 있고 부엌 같은 곳만 정수하는 곳도 있고 그야말로 고려해야 하는 조건이 너~~ 무~~ 많다. 같은 단지라도 인테리어도 제각각, 시설도 제각각 그래서 작은 것들 보다는 좀 더 상위의 개념에서만 접근하기로 했다. 바로 생활권.  


우리의 결정은 노후된 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래도 좀 불편해도 밀집단지의 생활권 근처에서 밀집단지의 인프라도 같이 활용하면서도 아파트가 그래도 깨끗하고 시설이 좀 더 좋은 곳을 선택했다.


단지를 선택하고 나니 몇 없는 매물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골라야 해서 두세 번을 보면서 그중 젤 부잣집인 것 같은 집을 고르고, 조건들을 협의했다. 조건이라 해봐야 몇십 개의 요구조건을 리스트 해서 협상을 하는 꼼꼼한 동기들에 비하면 그냥 치워줄 것과 교체해 줄 것 몇 개? 세탁기 하나 넣어 줄 수 있는지 정도


침대는 작은방 매트리스를 새것으로, 테이블이나 협탁은 빼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고, 소파는 너무 커서 교체나 가져가시라고 요청했는데 안된다 해서 알겠습니다 하고 쓰기로 했고 그것 말고는 에어컨 청소, 공기청정기 필터교환 이 정도였다.


사실 이전에 한국인이 사용하던 집은 인테리어나 생활 가구, 냉장고, 세탁기 같은 게 어느 정도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게 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수도나 난방에 문제가 없는 한은 그냥 그렇게 들어가면서 필터류 교체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사람 욕심이 안 그런 게 , 일반적으로 렌트비용이 원래 중국인들이 사는 시세보다 훨씬 비싸고 회사에서 지원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가급적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개인들의 노력들이 처절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름 부를 가진 사람이다 보니 주재원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통 크게 이것저것 해 주는 경우도 있는데 부끄러움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적당하게 요구하고 적절하게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


그리고 간혹, 아직 집 인테리어가 완성되지 않은 혹은 인테리어를 싹 다 갈아엎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은 집을 살 때 내부 인테리어가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새집을 계약하려는 경우 인테리어를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전에는 주인이 살다가 세를 놓아야겠다 생각하고 이왕이면 한국인은 비싸게 지불하니까 한국인 대상으로 인테리어를 맞춰 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세입자의 입맛대로 되니까 장점은 있는데 결과물이 기대치만큼은 안될 가능성이 더 많고, 굳이 내 집도 아니고 주재기간 중 4년 혹은 약간 더 사용을 하는 경우일 텐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서로 피곤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포기할 건 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암튼 한국에서 보다는 좋은 집이라 생각하고 계약하기로 결정!!!


이렇게 체크해가면서 협의해 나갔다. 난 중간자로 충실한 아바타 역할만

집이 결정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인 줄 알았으나,

한국에서 짐도 다 빼고 있던 집도 전세를 내줬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들어오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가족들은 요즘 구하기도 힘든 월세방에 옹기종기 기약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머 그것도 경험이야라고 애들에게는 이야기는 했지만, 나중에 중국 와서 머라도 준비를 해 놔야 와이프의 노여움을 풀 텐데 걱정이 열 사발은 됐다.


그래도 한 달여 만에 국제이사로 컨테이너가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짐만 수북이 놓여 있는 집을 보니까 막막하기만 한데, 그렇다고 짐을 막 놓으면 이중으로 일하게 된다고 놔두라는 말에 너무나 기쁜 환호와 함께 내가 해야 하는데 아쉬운 척 ^^ 대충. 방마다 박스만 놓아두었다.


이제 준비는 마쳤다.

오라 와이프여…당신이 할일이 산더미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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