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족 맞이, 그 긴박(?)했던 그날의 기억
반려견을 키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중국에서 아니 주재원으로 생활할 것을 조금이라도 예상했었다면 아마도 입양을 받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예측한 대로만 가는 건 아니니 선택을 해야만 했다. 데리고 갈 것인지 한국에 남겨둘 것인지.
코로나가 없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이것저것 알아봤을 때는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인과 함께 올 항공기도 없었고 어찌어찌 오더라도 중국 내 격리도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격리 중에 강아지만 인계될 수도 없다 하고 그야말로 불가능.
그렇다면 다른 애완동물 탁송 전문 업체를 통한 방안 밖에 없는데 그것도 코로나로 인해서 이리저리 막히고 겨우 한 군데를 찾아서 수송작전을 시작했다. 그나마 그곳도 중국 내 검역에 대한 분위기를 보고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다소 어려운,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실 솔직히 코로나가 정리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 내 지인이나 집안 어르신께 맡길 생각을 했었다. 애견을 사랑하지 않는 냉정한 주인 혹은 애견에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는 짠돌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그 비용이라는 것이 대략 200~300만 원 수준 정도로 상상했던 것에 비해 가볍게 500만 원에 달하는 견적에 일단 입이 쩍 벌어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천-연태로 오는 게 아니라 검역이 가능한 그리고 그 검역조차도 너무나 유동적인 상황에 어디를 어떻게 경유할지 모르기에,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케이지에서의 방치 시간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놈도 가족인데 … 일단 돈이 뭐가 중요하냐는 내무부장관의 의견에 두 눈은 갈 곳을 잃고 이동에 드는 시간은 어쩔 수 없다는 결론 내리고 수송작전 진행에 사인을 했다.
(평소 내가 쓰는 돈은 맨날 뭐라고 하더만…. 하아 집안내 서열은 내가 이놈 보다도 못하구나 생각이 드니 기분은 착잡했다.)
다행히 주재원 선정이 된 다음에 바로 알아보고 검역 서류에 대한 준비와 예방주사등은 미리 작업을 해 둔터라 준비된 상태에서 중국 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대기할 수 있었다.
가벼워진 주머니에 한탄(?)하며 당분간은 중국에서 라면이나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쉴 무렵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지금 상해로 검역을 통과한 사례가 있으니 빨리 보내야겠다고 했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은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며칠 전에는 연락을 주겠지 했는데 바로 오라는 말에 와이프가 급히 반려견을 데리고 인계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국에서 바로 가는 게 아니고 한국 절차가 있다 보니 시간이 소요돼서 날을 넘기게 되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상해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돼서 광저우로 경유해서 연태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며칠을 애가 혼자 타는 건가요? 계속 케이지 안에 있는 건가요?”
속은 타지만 중국 내에서 이동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다시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딜레이시간 줄여서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일단 수속을 위해서 필요한 우리 강아지가 진짜 우리 강아지라는 함께 찍은 증명사진도 보내고 여권도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가지 못하니(코로나라서 중국 내 이동도 자유롭지 않았다) 여권을 보내야 한다고? 사본도 아니고? 했다가 이미 작전은 시작 됐는데 주저할 여유는 없었다. 여권을 보내놓고 필요 서류를 전송하고, 대행업체만 믿을 수는 없어 함께 일하는 현지 직원에게 부탁해서 통관 대리인과 직접 통화해 가면서 작업이 되게끔 진행했다.
사람이 직접 데리고 오는 것부터 공항에서 다시 배송업체를 어레인지 해서 집으로 오는 것부터 옵션은 많았지만 그냥 단순하게 가기로 했다.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움직여서 되는 건 그냥 내가 움직여서 하겠다는 것.
중국 내 애견에 대한 배송 시스템이 코로나로 인해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 데다가 이것저것 조사하고 진행하면서 속 터지는 것도 많았던 터라 연태까지만 어떻게든 보내달라 요청했다.
다행히 비행기는 출발했고, 광저우에 도착해서 검역, 통관도 무사히 진행되었다.
대행업체에서 짧게 촬영된 영상에 우리 강아지 말고도 여러 애완동물들이 케이지 안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어찌나 안쓰러운지. 산책도 안 돼 물이나 먹을 것도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애견의 경우는 산책할 때 배변하는 버릇을 들인 터라 그 좁은 케이지 안에서 엄청 고통스러울 텐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물이 팽… 돌았다.
헉…. 내가 반려견에게 이렇게? 이 정도의 애정을?이라는 자문을 하긴 했지만 이건 뭔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사람도 고생, 개도 고생.
나는 신세한탄 하며 고량주라도 마시지만 개는 말도 못 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스트레칭 한번 못하는 케이지에 갖춰서 긴 시간 보낸다 하니 ….
아 요즘 나이가 들어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다 보니 눈물이 늘었나 보다.
진전은 있었다.
광저우에서 수속 후에 담당자가 차량으로 케어하면서 온다는 둥, 비행기에 태워서 직접 온다는 둥 이야기가 오갔지만 비용은 둘째치고 전부 다 며칠이 더 소요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냥 연태 오는 비행기에 바로 실어 달라고 요청을 했었고 제일 빠른 광저우발 연태행 비행기에 케이지를 싣는 것까지 성공.
항공기 도착 예정 시간은 20:10
그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면서 여기서 기다리면 되는가? 누가 들고 나오나? 내가 들어가서 데리고 나올 수 있는가? 나올 때 다른 수속이 필요한가? 대행업체와 공항관계자에게 계속 질문하고 알아봐도 다들 모른다고 하고 도착한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나올 기미가 없었다.
여행짐 분실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 혹시 화물짐사이에서 무슨 일이라도 난 건지 걱정을 하면서 조마조마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나오지 않아서 현지 친구가 이리저리 연락하고 업체와도 이야기하고 나니 물류와 관련된 건 따로 다른 구역에 있는 물류센터 같은 곳으로 나온다고 했다. 직접 가보니 물건이 나오더라도 언제 도착하고 서류 확인이 될지 모르니 내일 와서 찾아가면 될 것 같다고 인심 좋게 생긴 분이 친절하게 말씀 주셨다.
그러나… 그 친절함에는 감사했지만, 내일 다시 오기 전까지 울 강아지가 좁은 케이지에서 고생할 걸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다 싶어서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늘 꼭 좀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강아지라서 좀 부탁드려요. 제발..(중국어)“
라고 통역해 달라고 하고 옆에서는 두 손 꼭 모아, 눈물 그렁그렁 콘셉트로 부탁했다.
사무실에서는 기다리지 말라고 해서 차 안에서 늦은 밤까지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한대의 큰 화물차량이 들어오고 두둥.
사무실에서 받은 인계 서류 한 장 들고 번개처럼 뛰어가서 드디어 상봉…….
나름의 엄청난 비용과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정세(?)와 코로나 시국의 중국의 엄중함까지 더해 사람도 이동이 어려운 시기에 드디어 미션 임파서블 같은 ‘개’님 수송작전이 Mission Complete!! 되는 순간…
미션의 성공을 한국의 가족들에게 알리고
오구구…
“반가워 반가워…. 커헙“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긴 시간 동안 힘들었는지 퀭한 몰골에 배설물과 토사물로 냄새가 지독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샤워행.
씻고 나니 이제야 좀 정신을 차린 듯 새롭게 생활할 집을 이래저래 보는 걸 보니 본인도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그래도 눈밑이 아직 퀭한 게 한동안은 요양도 좀 하고 영양가 있는 밥도 좀 먹이고 해야 제 컨디션이 돌아올 것 같았다.
한국에서 아직 오지 않은 가족들이 그리운 건지 새로운 중국의 집 문 앞에서 털썩 쓰러져서 잠을 자는 것 보니 그간 한 고생과 투자(?)가 보람이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치열했던(?) 미션이 성공적으로 정리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바다가 인접한 이곳 중국 산동성 연태시.
이곳에서 주재기간 동안 이제 함께 생활하게 될 웰시코기 ‘엘사’.
두 번은 하지 않고 싶은 ‘개’님 중국 수송작전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성공으로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다. 다만 돌아갈 때는 부디 일반적(?)인 절차로 함께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