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가 알려준 소중함들
드디어 가족이 온다.
9월에 먼저 입국하고 나서 초청장이니 비자니 해서 시간이 기약 없이 흘렀지만 코로나라고 하는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와서 함께 지내야 했다.
그동안 오랜만에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몇 달 지나니 애들이 보고 싶고 와이프가 해주는 밥이 그립고 이래서 가족이 가족인 거구나 싶다.
중국에 입국하자마자 격리 호텔로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혼자 호텔 격리는 나름 재미도 있었고 이것저것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3명이 함께 작은 방에서 생활하려면 한참을 지지고 볶고 하겠구나 싶었다.
호텔에 격리한 동안에 외부 물건 반입은 원칙적으로 안되지만 생필품이나 약 같은 일부 물건은 호텔 경비원을 통해 박스에 담아 접수하면 된다고 했다. 누군가는 당 떨어진 와이프와 애를 위해서 생필품 안에 스타벅스 커피 주문한 것을 넣어서 전달했다고도 하고 누구는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꽁꽁 포장해서 생필품인 양 전달했다고도 하는 무용담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래서 혹여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보니 한두 달도 아니고 먹을 것도 많이 챙겨 오고 해서 괜찮다고 하길래 신경 쓸게 많이 없어 고마우면서도 나 때문에 중국이라는 곳에 오게 되어서 격리까지 시킬려니까 괜스레 미안했다.
그런 것 때문은 아니지만 늦게까지 업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매일같이 퇴근할 때 출입이 허용되는 호텔 건물 뒤쪽 공간에서 호텔 방안에 통화를 하면서 먼발치에서 손 한번 흔들어 주고 괜히 한번 코끝 찡해지고 이런 경험도 코로나 덕분(?)이겠지 하고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호텔의 집중 격리가 마치고 나면, 각자의 집 혹은 임시 숙소에서 추가 격리를 해야 했다.
그래도 집을 구해 놓은 경우는 집에 오면 되니까 가장들은 가장들끼리 나와서 다른 호텔을 가고 와이프와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서 추가 격리를 하는 방법으로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이어나갔다.
집에서 격리를 하는데 각각의 격리하는 집마다 문 앞에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의자를 가지고 누군가는 그냥 매트 하나 펴 놓고 하루종일 스마트폰으로 시간 보내면서 지키는데 이 무슨 비효율적인 일인가 싶었다. 와이프도 앞에서 지키는 분이 안쓰러워서 집에서 의자 하나 내줬는데 그렇게 고마워하더라며…
암튼 물건을 직접 전달은 하지 못해도 문 앞에 지키는 사람을 통해서 내놓을 수도 있고 안으로 들여보낼 수도 있었다. 집안에서 격리를 하는 동안에 이삿짐도 본격적으로 정리하다 보니 옷걸이 같은 게 없는 건 사서 들여 넣어주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시켜서 넣어주기도 하고 참 희한한 경험들이었다.
중국, 코로나. 그리고 주재원 생활이라는 조합이 아니면 절대 겪을 수 없었던.
다행인 것은 새로운 환경에 격리라는 환경까지 쉽지 않았겠지만, 이사한 집도 마음에 들었다고 하고 특히 집이 고층이라 마천루에서의 풍경 보는 재미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격리를 마치고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가족상봉의 순간.
애들 손을 잡고 안아보고 와이프 어깨를 툭 쳐보는 이런 가족 간에 별것 아닌 사소한 터치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자 본격 중국생활 시작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