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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Feb 12. 2024

[DUGOUT 비하인드] 15. LG 트윈스 홍창기

FROM <DUGOUT MAGAZINE> 153호 (2024년 1월호)

코너 : DUGOUT People

인터뷰이 : LG 트윈스 홍창기

일자 : 2023년 12월 3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잠실야구장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더그아웃 매거진 130호(2022년 2월호). 김하성이 표지 사진을 장식한 이 잡지는 내 첫 원고가 실린, 내겐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지금 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였지만, 나름 첫 글이 실린 잡지랍시고 여러 권 사서 지인들한테 돌리면서 자랑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매월 2~3편씩 내 원고를 담아왔고, 어느덧 스물 네 번째로 참여하는 잡지인 153호(2024년 1월호) 일정이 시작됐다. 에디터로서 정확히 2년을 채우는 것을 알리는 호수인데다, 치열했던 2023년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만큼 인터뷰와 원고를 준비하면서 감회가 꽤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원고를 4개나 집어넣게 된 탓에 역대급으로 바빴던 것도 있었고. 그 덕에 난 정확히 '통산 원고 50개'라는 기록과 함께 2023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153호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153호가 내가 객원 에디터로서 참여한 마지막 잡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상주 에디터로서 더 지독하게 더그아웃 매거진과 얽혀있긴 하지만...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참여하는 거랑 완전히 본업이 돼버린 거랑은 느낌이 살짝 다르기 때문일까. 상주 에디터로서 느끼는 매너리즘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열의로 가득했던 객원 시절의 감성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 감성의 마지막을 장식한 153호의 표지. 이날의 인터뷰와 원고에는, 간만에(?) LG 팬으로서의 팬심을 여과없이 담아냈다. 아마 앞으로는 이 정도의 사심을 담아내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DUGOUT Behind> 열다섯 번째 주인공,

2023시즌 LG 통합우승의 선봉에 섰던, 리드오프 홍창기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어느덧 선수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지났다. 여전히 선수들을 마주치면 근무 모드에 돌입하면서 살짝 근육이 긴장 상태에 들어가긴 하지만, 처음처럼 한없이 머리가 하얘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예전엔 유명한 선수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온몸이 긴장감으로 가득찼지만, 그동안 별별 선수를 다 만나고 다니다 보니 이젠 살짝 무뎌진 감도 있다. 경직보다는 설렘이 먼저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리고 이날은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기념 다큐를 촬영한 장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잠실에선 늘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했기에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낯선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기에 그다지 문제되진 않았다. 인터뷰 당일 날씨가 꽤 쌀쌀했던 탓에 실내에서 인터뷰하기를 내심 바란 것도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근데 이게 웬걸.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뇌정지가 왔다. 내가 첫 질문을 던져야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말 그대로 머리가 새하얘졌던 것. 어떻게 첫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다. 초반 질문이 단순 인삿말이기에 그 상황에서도 급한대로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한 세 번째 질문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 상태가 이어졌다. 이때만 해도 홍창기의 답변이 아예 귀에 안 들어왔을 정도. 다행히 패닉 상태가 점점 완화된 덕에, 아마 주변에 계신 분들은 내가 이런 상태였다는 걸 못 알아차리셨을 듯하다.

아직도 이날의 짧았던 패닉 상태의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당장 직전 달에도 인터뷰를 몇 번이나 했고, 여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당최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 빠르게 제 페이스를 찾아서 다행이지만, 이 짧았던 뇌정지 상태를 곱씹으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다만 첫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날 인터뷰는 구장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음에도 (보통은 30분을 넘는 경우가 잘 없지만) 무려 40분을 넘는 대서사시로 장식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들 적잖이 피곤해하셨다고.... 앞으로는 신이 나도 자제의 미덕을 보일 줄도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사실 이날 인터뷰를 앞뒀을 때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엘튜브 속 모습을 보면 홍창기는 동료들에게 장난도 곧잘 치는 데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특유의 웃상은 분명 친근한 인상을 풍겼으나, 무표정에서 나오는 묘한 카리스마와 무게감은 그에게 함부로 선을 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공적인 울타리 내에서 형성되는 대화의 장에서 인터뷰어의 머릿속엔 꽤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는 편이다. 인터뷰이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임무는 물론이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너무 경직되지도, 한없이 전인격적이지도 않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쳐야 한다면 후자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말이다.

대충 이런 느낌이랄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특히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도루에 관한 것. 작년 시즌 도루는 홍창기에게 '유일한 약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홍창기가 시즌 내내 리그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한 데다 결국 LG의 우승으로 2023시즌이 마무리됐기에 안 좋았던 기억도 다소 '추억보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 자신의 약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까닭에 막상 질문지에 도루 관련 내용을 넣어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이 죽긴 했지만, 그 속에서 얻은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뛰는 야구는) 저희 팀이 가려고 한 방향이었기 때문에, 시즌에 들어가기 전부터 '죽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보자'라고 마음 먹었어요. 도루 사인이 나면 무조건 간다는 각오로 시즌을 치렀거든요. 실패가 잦아서 아쉽긴 하지만, 내년엔 보완이 될 거로 생각해요."


살짝 그를 떠 보는 과정에서 그가 생각보다 과거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냅다 질러버렸다. "홍창기에게 도루란 무슨 의미인가요?"


"(쓴웃음 뒤) 잘 모르겠습니다. 버리면 안 되는 거지만... 약간 고민을 하게 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내 질문의 마무리가 이런 웃음이라 다행이었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어찌 보면 가볍게 넘기기 힘든 질문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유쾌하게 잘 넘겨준 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올해는 그가 말한 대로 20-20클럽을 탈퇴(?)하기를 기원해본다. 물론 다른 20-20이라면 적극적으로 환영이다.


길고 긴 인터뷰 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홍창기. 캐주얼한 사복으로 사진을 찍을 때와는 달리 한국시리즈 유니폼을 입고 화보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선 확실히 '악마 리드오프'다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날 화보 사진의 무게감을 더해준 건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 메달. 선수들의 포즈가 조금 한정적이다 보니, 이런 종류의 소품은 사진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면에서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특히 한국시리즈 메달은 모두가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존재감이 상당할 수밖에. 나도 옆에서 촬영을 보조하면서 슬쩍 들어봤는데, 꽤나 묵직했다. 솔직히 메달 걸고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현장이 다소 정신없던 탓에 차마 찍어도 되겠냐는 얘기를 못했다. 살짝 아쉽긴 한데, 그냥 내 두 눈으로 봤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날 찍은 현장 사진은 평소의 2배 이상이었다. 화보 촬영이 해가 넘어가는 시점이라 그 풍경이 유독 예뻐 보이기도 했고, 하늘도 맑은 덕에 슬쩍 찍어도 사진이 정말 잘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큰 키에서 오는 홍창기의 미친 비율까지... 솔직히 인터뷰 종료와 동시에 내 근무 모드도 꺼졌다. 화보 촬영할 땐 에디터라기보단 키만 커버린 엘린이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날의 대미는 바로 폴라로이드 촬영. 내가 여전히 힘을 잘 쓰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선수들에게 폴라로이드 포즈를 추천하는 것인데, 이날은 다행히도 이 분야의 본좌(?)인 YS 에디터님이 현장에 있었던 덕에 무려 10장에 달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그 분의 리드 속에 홍창기도 큰 어색함 없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기보단 정확히는 정신없이 촬영 당했)다.


언젠가부터 시작한 폴라로이드 사진은 어느새 덕매의 큰 메리트로 자리잡았는데, 구매하신 분들이라면 느끼셨겠지만 폴라로이드 사진의 양이 달마다 편차가 일정하진 않다. 분명 처음 이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폴라로이드는 코너당 3~5장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디터의 역량(혹은 현장 분위기)에 따라 사진의 양이 달라질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그 편차를 더 키우는 요소 중 하나는 인터뷰 현장에 YS 에디터님의 참석 여부다. 평소 남다른 텐션을 자랑하는 그 분이 현장에 계실 경우, 폴라로이드 사진만 거의 두 배로 느는 마법을 목격할 수 있다. 당장 때로는 원래 계획에 없던 폴라로이드도 찍으시는 분이라... 난 텐션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5장 이상을 못 넘겠던데,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근데 폴라로이드 사진 밑에 사인을 받으면서 느낀 점 하나. 홍창기의 손이 워낙 크다는 거였다. 그가 190cm에 달하는 거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손은 유독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또한 어디 가서 손이 작다는 소리는 안 들었는데, 위 사진을 보면 손 크기가 압도적으로 차이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항상 선수들이랑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피지컬의 차이를 실감하고 오긴 하지만, 이날은 유독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진 날이었다.




"제가 팀에서 중간 나이에 속하는 데다 밑으로는 연령대가 확 낮아지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올 거로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근데 확실한 건 지환이 형만큼 잘할 자신은 없어요. 지환이 형이 팀원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잘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할 엄두가 잘 안 납니다."


솔직히 난 2022년부터 차기 주장감으로 홍창기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군으로 올라올 시점부터 이재원, 문보경 등 여러 후배를 잘 이끌었을 뿐 아니라, 2016년 데뷔 후 쭉 LG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차기 프랜차이즈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후배의 질문에 카톡으로 세심하고 친절하게 답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리더'의 자질을 갖췄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아쉬운 건 앞선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홍창기 본인이 주장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잘할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어도, 본인이 욕심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물론 언젠가 그가 더그아웃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순 있을테니, 내심 희망을 버리고 있진 않으려 한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올 시즌 우승을 했지만, 내년 시즌은 도로 0에서 시작해야겠죠. 올해 우승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내년에도 꼭 다시 하고 싶어요. 또 저희 선수들 모두 이번이 끝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왕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그 속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로 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2023년은 LG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29년 간의 '무관의 역사'도 마무리됐다. 하지만 소설이나 만화와는 달리, 현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또다시 새로운 장에 들어설 테고, 지금 이 순간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 혹은 중간 과정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 12월을 마지막으로 객원 에디터 생활(과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상주 에디터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참이니, 앞선 흐름과 결을 같이한다는 기분도 든다.


홍창기를 포함한 LG 선수들이 2023년의 우승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으려는 것처럼, 나도 2024년을 내 인생에서 유의미한 시작으로 장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LG 타선의 '시작'을 맡을 홍창기의 야구 역시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더 반짝거리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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