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n_film no. 10
제목: 월플라워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등
네이버 평점: 9.09
개봉: 2012년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한파가 찾아왔다. 쌀쌀한 날씨만큼 마음도 쓸쓸해진다. 텅 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영화가 필요한 시기다. 스스로가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때 자존감을 듬뿍 채워주는 영화, 월 플라워를 소개한다.
1. Wallflower
많이들 추천해주셨고, 명작 영화 명단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청춘물 특유의 풋풋함이 진부하게 느껴져 동류의 작품들을 외면해 오다가 최근 들어 삶에 생기가 절실하여 꺼내 보았다. 좋은 선택이었다. 두 시간 내내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월 플라워'는 야생화 '꽃무'를 뜻하면서도, 파티에서 중심이 아닌 벽 쪽에 기대어 어울리지 못하는 '인기 없는 사람'을 뜻한다. 인생이라는 대형 파티에서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 땐 의문의 여지 없이 이 영화를 틀어 보자.
2. 미치도록 매력적인 캐릭터
영화는 작가 겸 감독 스티브 크보스키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연출까지 맡아서인지 캐릭터 구현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마치 영화가 곧 원작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존재감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특히 에즈라 밀러의 연기는 호평 일색이다. 자칫 이질적이고 무겁게 표현될 수 있던 동성애자라는 인물을 유쾌하지만 진정성 있게 표현했고, 밉지 않은 그의 깨방정은 무수한 팬덤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엠마왓슨은 작품의 큰 축을 담당한다. 등장과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짧은 머리로 보이쉬하게 변신한 그녀의 모습은 헤르미온느의 이미지를 완전히 잊도록 만들었다. 감독도 그녀를 보자마자 원작 속 '샘'을 떠올렸다고 하니, 그녀가 곧 샘이라는 말에 이견이 있을까.
'찰리'를 연기한 로건 레먼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마지막 퍼즐이다. 조각 같은 얼굴로 찌질함을 완벽하게 연기하여 아직 우리 내면에 남아있을 유약했던 학창 시절의 모습이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강한 캐릭터와 더불어 완벽한 캐스팅은 우리로 하여금 작품의 몰입도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돕는다.
3. 트라우마
영화는 트라우마에 대해 다룬다. 한번 생긴 트라우마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치료는 혼자서 할 수 없다. 치료의 과정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타인과의 공유와 공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은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아픔의 모습이 달라도 각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이 끝없어 보이는 고통의 유일한 치료제라고 말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만 아픈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때,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한 걸음 벗어날 수 있고, 그 동안 고통에 가려져 잘 살펴 보지 못한 '나'라는 소중한 존재에 집중할 수 있다.
4. 좋은 말 대신 좋은 영화
이 작품은 10대들의 청춘 이야기를 그리지만 보면서 감동을 느낀 내 나이를 보니 벌써 10대 보다는 30대에 더 가깝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면 혼란스러운 그 시기에 충분한 위로를 받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질풍노도의 10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미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거나, 트라우마가 형성될 과정 속에 있을 그들에게 필요한 건 좋은 말과 덕담이 아닌 좋은 영화다. "잘 될거야" 나 "할 수 있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진부한 위로보다는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스스로 얻게 될 깨달음과 자신감으로 치유받고, 성장하길 바란다.
5. 한 줄 평- 너의 어둡고 긴 이 터널은 절대로 이터널(eternal)하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