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숏텀 12』 와 트라우마

hwain_film 추천 no. 9

by hwain

제목: 숏텀 12

감독: 더스틴 데니얼 크리튼

출연: 브리 라슨, 존 갤러거 주니어, 케이틀린 디버

네이버 평점: 9.00

개봉: 2015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오는 방황의 시기. 사람들은 서로의 방황을 해결해주기도 하며, 서로의 방황이 되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의 상처와 방황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영화, 숏텀 12를 소개한다.


1. 누군가에겐 전쟁터, 누군가에겐 일상


이 작품은 청소년 보호시설을 다룬다. 다양한 사연으로 시설에 들어온 청소년들을 상담사의 시각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상황은 관객들로 하여금 스릴러를 방불케 한다. 이 혼란스러운 공간은 보는 이들에겐 충격적이고 험난한 공간이지만, 이곳이 직장이자 주거공간인 내부자들에게는 일상의 공간이다. 1시간 3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만이라도 그들의 일상을 공감해보자.


2. 트라우마


작품의 배경은 보호시설이지만, 실질적으로 한 사람의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병들게 한다. 이미 다 지난 과거일지라도 그 일만 떠올리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통이 반복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되뇔수록 고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점점 더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정신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충 수습하면 훗날 소중한 사람들의 도움에도 극복될 수 없고 결국에는 같은 트라우마를 남에게 주는, 그토록 혐오하던 이의 모습을 본인에게서 발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3. 흉터


제때 치료하지 못한 우리 몸의 상처가 깊은 흉터로 영원히 남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오랜 트라우마로 남는다. 감독은 견디기 힘든 충격들로 생겨난 모든 흉터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잘 버텼다’고. 흉터는 피가 날 정도로 극심한 상처를 잘 이겨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 증거는 같은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내 상처도 언젠가 아물 수 있다는 위안이 되어준다. 그래서 모든 흉터들은 아름답다. 그 흉터를 안고 버텨온 생명력은 그 자체로 동일한 고통을 짊어진 모든 이에게 강력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4. 치유의 대화


이 작품은 상처 입은 사람이 또 다른 상처 입은 사람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본인의 상처에 대해 말하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마음을 열고, 이 과정에서 상담자도 위로를 받는다. 이 작품의 어느 누구도 상대방에게 극복과 치유를 강제하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따뜻하고 일상적인 대화로 함께 기다려 준다. 치유의 대화는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상대의 고민과 고통의 깊이에 대해 알 수 없다면, 치유를 중단해야 한다. 상대의 치유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고 트라우마의 극복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들은 열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포옹을 기다린다.


5. 한 줄 평- 누구나 상처가 있지만 내 상처가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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