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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Aug 31. 2024

수영예찬

해맞이가 일상이 되다

해맞이가 일상이 되다          

작년 7월 수영 입문 4개월 차에 오전 7시 강습으로,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시간에 주 3회 강습에서 매일 강습으로 바꿨습니다.           


은퇴하고 시간이 널브러져 있는 편이었는데 어물쩍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야 무릎이 안 좋으니 운동을 일삼아하려고 오전을 통째로 썼지만, 3달을 지내보니 여유가 생겨 7시 반으로 변경했는데 나름 힘들지 않아서 내친김에 8월부터 눈뜨자마자 집을 나서서 6시에 수영을 했습니다.          


입시 학원 강사로 30년 생활하다 보니 늦은 귀가로 오전 일찍 뭔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한 시간씩 당기니 할 만했습니다.          

그래서 수영 5개월 만에 제 오전은 3시간이 늘어난 셈이지요. 눈도 침침해지고 집중력도 예전 같지 못하지만 그나마 오전이 뭔가에 몰입하기 좋은 시간인데 3시간이나 만들어냈습니다.    

       

또, 수영을 5개월 하다 보니 아침마다 해를 품고 물살을 가르는 기쁨이 있습니다.     

수영장이 5층이고 3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9시에 수영할 때는 파란 하늘에 펼쳐진 깃털구름을 보며 마치 허공에 채워진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착각도 있었는데 새벽수영으로 바꾸니 창밖으로 새빨간 해가 걸립니다. 동그란 해가 걸리는가 싶더니 거의 2분 후에는 빛이 밝게 퍼지고 3분 정도 지나면 수영장 안으로 것도 제 쪽으로 길게 빛이 드리웁니다.   

        

수강생들의 열렬한 발차기에 출렁대는 수면 위로 물비늘이 생기며 순간 선과 면은 없어지고 점묘법으로 그려놓은 클로드 모네의 수채화 한 폭이 남습니다. 열 개 레인에서 꿈틀대는 몸들이 활기차면서도 예술적으로 보이는 순간입니다.          


해를 품고 수영을 하니 제멋대로 발차기와 팔동작, 그리고 헉헉대는 호흡에 거듭해서 퍼마시는 물들이 모두 살아있는 자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됩니다.       

    

작년 8월에 맞이했던 그 해를 어제 다시 보게 됐습니다.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어 6시경에 떠오르는 해를 1년 만에 수영을 하며 맞이하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동안 이 시간에 해를 맞이할 수 있을 테지요.        

  

아직 낮에는 연일 폭염인데도 새벽 공기는 서늘한 감이 있고 조금 있으면 낮에도 그늘에 서면 시원해지겠지요. 이렇게 자연은 순환하나 봅니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도 나오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한낮의 무더위도 지나가고, 버리지 못하고 품고 있는 마음의 찌꺼기 것들도 다 지나가리라 믿으며 또, 독자 여러분의 해를 품은 설레는 하루를 기원하며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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