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어떻게 보내셨나요?
여느 명절과 같이 조금은 분주하게 조금은 더 여유 있게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 지셨을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명절에 가까워질수록 택배 물량도 많아져 이런저런 곳에 과부하가 걸릴까 봐 9월 들어서자 일찌감치 이웃들과 시가와 친정 형제들에게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로 명절 인사를 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지인들에게 안부도 물었습니다. 누구는 다리가 아파 거동하기 힘들고, 누구는 여행 모임이 건강문제로 10년 만에 깨졌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는 등 작은 변화들은 있었지만 모두 안녕하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뜻밖에 저도 명절에 ‘졸업생’에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거나 받은 사람을 뜻한다 하는데 학원 강사였던 제가 학생들에게 스승이 될 수 있었을까 싶어 감히 쓰지 못하는 호칭이 ‘제자’라서 그냥 졸업생이라 합니다.
입시학원 강사로 학생들에게 미안함이 큰 직업이었지요. 학교 끝나면 무거운 책에 간식거리까지 챙겨든 가방을 들고 곧장 학원으로 향하던 그 아이들을 닦달해서 성적을 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공부를 통해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릴 법한데 그럴 수 있는 여유를 뺏는 직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쟁 사회 깊숙이 아이들을 몰아넣는 데 일조한 곳이 학원인 듯하여 학생들에게 미안하기도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졸고있는 그들을 다그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삽 십여 년을 일해왔는데 고맙게도 졸업한 학생들이 스승의 날이면 안부를 묻거나 찾아옵니다. 졸업 후에 5,6년 정도는 꾸준히 연락이 오가다가 소식이 끊어지는 편인데 십 년이 넘어서도 연락이 닿는 졸업생이 있습니다. 그 졸업생이 이번 추석에는 한우세트를 보내왔습니다.
이 졸업생이 중국에 있는 북경대를 다녔는데 그때도 방학 때마다 찾아오더니 어느 날은 광고대행사에 취직해서 첫 월급 탔다며 밥도 사주고 디저트까지 사주고 갔습니다. 첫 월급으로 사들고 온 자식의 빨간 내의를 받아 든 마음이 이럴까요. 그때도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찼더랬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맛보라며 써보라며 보내준 마스크, 링티, 남해 마늘즙, 숙면 커피 등등 마음을 써주더니 이번엔 한우입니다. 이번 추석에 주문량 폭증으로 김제 한우농장에서 며칠 고생했다며 맛보라 합니다.
이 졸업생의 마음 한편에 제가 들어가 있음에 감사하고 또,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욕심이 생기는 걸 보니 감사한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