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빼곡히 적힌 엄마의 일기장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과 함께 한 엄마의 일과는 아침 식전에 호수공원 크게 한 바퀴 돌기, 아침 먹고 노인 복지관에서 탁구, 장구 치기, 포켓볼, 요가, 컴퓨터 등 매일 다른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저녁 먹고 또 호수공원 크게 한 바퀴 돌고 와서 자기 전까지 독서를 하고 일기 쓰고 잔다가 반복되는 일상이다.
건강비법으로 운동, 악기 다루기, 읽기와 쓰기 특히 일기를 통해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고 너나없이 말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엄마는 칠십 초반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은퇴 후 드럼연주, 수영, 독서, 일기, 매주 트레킹 그리고 매주 한 편의 글을 기고하는 나도 생활리듬이 엄마와 너무나 흡사하니 놀랄밖에.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받아서 꾸준히 약을 먹고 있는데 혹시나 다른 처방이 있을까 해서 병원을 옮겨 최근에 검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엄마에게 치매 유전인자가 없다는 거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형성된 것이라니, 문제가 있으면 책을 뒤지는 편이라 이번에도 도서관이다. 엄마와 생활이 비슷한 나는 어찌해야 할 지를 알아야 했으니까.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을 풀고, 휴식 시간을 마련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지키고, 명상을 하고, 등등 치매 관련 서적에서 늘 보던 내용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알츠하이머는 나이를 불문하고 걸릴 수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은퇴 후의 삶이 어떠하냐 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답해야 한다.
말년에 10년 여유롭게 살았다고 60년의 노고가 치유되는 것은 아닐 터. 가구 공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나무 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새벽에 들어오는 엄마를 간혹 마주했던, 엄마의 신산한 삶이 있었다.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건강한 먹거리들은 살아있는 동안 늘 그러해야 하는 것들인데 엄마의 힘듦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공부한다고, 일한다고 외면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래도 형성된 것은 소멸시킬 수도 다른 무엇으로 다시 쌓아 올릴 수도 있으니 은퇴 전에 돌보지 않고 마구 부려먹은 몸과 마음을 다독거려야 할테지, 그리고 최소한 나를 괴롭히는 마음은 먹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