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고궁길, 처마 밑 점 하나
오늘따라 유달리 검고 기발하다
순간, 그 자리에서
유연히 허공을 가르며 나는
한 마리
새를 본다
해안길, 등불 위 점 하나
오늘따라 유난히 희고 댕그랗다
불쑥, 그 자리에서
용솟아 창공을 날다 떨어지는
한 마리
새를 본다
바람길, 인도 끝 점 하나
오늘따라 유별히 크고 매끈하다
순간, 그 자리에서
쉼 없이 바닥을 할퀴며 쪼아대는
한 마리
새를 본다
단풍길, 낙엽 더미 점 하나
오늘따라 유별스레 붉고 단단하다
불쑥, 그 자리에서
한걸음 발아래 슬며시 놓여진
한 마리
새를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