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느냐 물었다
나는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것들도 바꾸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사람 꽃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내가 그렇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나도 몰랐지
난생처음 찾아간 나라 영국
런던에서도 남쪽 마을
서섹스대학이란 곳
정원에 피어 있는 꽃
데이지꽃
잔디밭 잔디와 어우러져
마치 하늘의 은하수별 개천이
몽땅 쏟아져 내려온 양
새하얗게 눈부시게 피어 있었지
꽃 이름도 그때
영국 교수가 알려줘 알았지
데이지, 데이지꽃
꽃을 만나고 나서 가슴이 뛴다는 걸
처음 알았지
내가 그렇게 꽃을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지.
나태주
코로나 때 쓰인 시들이 눈에 띈다.
소박한 일상이 사치로 느껴질 때의 다채로운 느낌이 아주 잘 묻어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쉬운 말로 겉멋 부리지 않고 저마다 간직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해줘서 참 좋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시집에는
지금은 코로나가 그리 큰 힘겨움으로 다가오지 않는 때가 되었지만,
살아가면 아주 소소하고 당연한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순간 사라져버린다 해도
절망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아가는 데 위로가 되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참 고마운 말들이 그득그득 담겨있다.
그 당연하고 사소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감사의 말을 건넨다.
어쩌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한동안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