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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Jul 22. 2024

일하는 사람은 많은데 잘하는 사람은 왜 별로 없나?

일을 잘한다는 것은

# 일머리가 중요하다


주말에 어느 한 유튜버의 추천으로 집어 들은 책을 반나절 만에 다 읽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이라는 책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많은데 왜 일을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일의 본질과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을 잘하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탐구한 책입니다. How 측면의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What 측면의 일을 잘한다는 의미에 집중한 점이 특이합니다. 책은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경영 대학원 교수와 전략 컨설턴트가 자신이 생각하는 일을 잘하는 행위에 대한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새롭거나 거창한 이론은 등장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례와 예시가 재미있고 설득력 있어서 술술 읽힙니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기술’보다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일머리를 키워야 한다 ‘라고나 할까요. 저자들에 따르면,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일이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다른 사람(고객)한테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혹은 ’이 사람이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사람입니다.


저자들은 일의 능력을 ‘기술’과 ‘감각’의 2가지로 관점으로 볼 수 있으며 ‘감각’이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왜일까요?


# 시대 변화 : 효용의 시대에서 의미의 시대로


문제는 많은데 해답이 희소한 사회라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높이 평가되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와 정반대의 상태입니다. 정답이 과잉이고 문제가 희소한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지금은 먹고사는 일차원적인 문제는 충족된 상태이기에 누구도 이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넘처나는 음식들 가운데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음식을 고르고 의미를 부여해야 팔리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는 감각을 갖춰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인공지능의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며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의 가치는 더욱 낮아지고 흔해질 겁니다.


# 습득 난도 : 기술보다 익히기 어려운 감각


논리(기술)는 항상 직관(감각)을 필요로 합니다. 출발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설정하려면 필연적으로 직관이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은 가설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두 개념은 순서로 연결되며, 직관(감각)이 없으면 논리(기술)도 있을 수 없습니다. 같은 문제라도 사람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감각은 다릅니다. 문제를 얼마나 의미 있게 나누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독창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쪼개서 분석해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에서 감각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감각은 기술보다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감각은 키울 수는 없지만 ‘자라납니다’. 감각은 타동사가 아니라 자동사이며,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단련되는 것입니다. 이는 이를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일을 잘하려면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감각은 익히기 어려우니까 일 잘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겁니다.


# 출세 비결 : 기술은 시킬 수 있어도 감각은 그럴 수 없다


낮은 직위에서는 비교적 업무 기술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상사의 지시에 맞춰서 수행하면 되니까요. 다만 그런 식으로 일을 잘하는 것은 기껏해야 과장급까지입니다. 관리 임원직으로 직위가 올라가면 업무에 우선순위를 매겨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 우선순위를 정할 때 그 사람이 일하는 감각이 통째로 드러납니다.


프로가 대단한 점은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하는 순서에 있습니다. 따귀를 때리고 나서 안아주는 것과 안아주고 나서 따귀를 때리는 것은 개별 행동은 동일하나 실제 효과는 매우 다릅니다. 무엇을 할지 말지, 언제 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근거와 대안을  가져오라고 시킬 수는 있지만 결국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기술보다는 감각이 중요해집니다.


# 그 밖의 재미있는 표현들


직급이 높아질수록 일에 대한 열정을 잃는 현상을 에너지 보존 법칙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전무니 사장이니 하는 직함을 위치 에너지라고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은 운동 에너지입니다. 젊을 때는 운동 에너지로 힘차게 일하던 사람도 점차 직위가 올라가다 보면 운동 에너지가 서서히 위치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일의 동력이 줄어든다는 해석입니다.


사람의 성향을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으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웃사이드 인인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무척이나 알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될지 알아낸 뒤에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서 옳은 해답을 고르려고 합니다.

반면, 인사이드 아웃인 사람은 ‘그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유형입니다. 당연히 저자는 인사이드 아웃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책을 덮으며


저는 자기 개발서를 잘 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유형은 ‘태도’를 중시합니다. 한마디로 노력을 하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을 잘 못하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므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 유형은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책입니다. 적절한 기법을 익히기만 하면 대부분의 일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각종 기법들을 나열합니다. 전략이 필요한가요? SWOT으로 분석해 보세요. 문제를 해결하고 싶나요? MECE 하게 분석해 보세요. 설득력 있는 문서를 만들고 싶나요? 바바라민토의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하세요.


물론 이러한 유형의 자기 개발서가 필요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주니어 컨설턴트라면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익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기가 뛰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시니어 컨설턴트, 혹은 고직급으로 옮겨갈수록 이러한 조언의 효과는 떨어집니다. 이 책은 주니어보다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인의 일머리를 키우고 싶은 분이거나 후배에게 일 잘하는 법을 가이드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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