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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율 Feb 07. 2022

[잡담] 티켓팅, 지피지기여도 백전백승은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를 티켓팅 꿀팁 1

뮤지컬에 입문했을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막상 알고나니 약간은 짜치는 티켓팅 꿀팁에 대하여.




떴다...!


기다리던 공연의 티켓 오픈 날짜가 공개됐다. 업무용 캘린더를 확인한다. 티켓 오픈 시간에 다른 일정이 있던가. 다행히 없다. 이번 티켓 오픈 회차는 프리뷰─공연 개막 시 보통 전 캐스트 1회분의 공연이 이루어지며, 프리뷰 공연 후 짧은 공백 기간을 두고 본 공연이 막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는 1차인가? 그렇다면 마음을 비우고 연습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자. 최초 회차는 배우들의 긴장감이 살아있어 인기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할인까지 되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을 안고 너무 실망하지 말자며 도전한다.


유일한 뮤덕 지인 S에게 연락해 티켓팅 도움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다. ‘가능’ 답장이 온다. 예매처가 두 곳 이상이라면 각자의 촉에 따라 예매처를 선택한다.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후회는 없다. 어느 예매처가 서버가 양호한 지, 인터페이스가 훌륭한지, 대기시간이 짧은지(= 경쟁률이 치열한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가장 큰 플랫폼 사이트 또는 극장 홈페이지를 이용하고 S는 보통 좌석 점유 규모가 비교적 작은 플랫폼 사이트*를 이용해 도전한다.


좌석 점유 규모가 작은 플랫폼 사이트는 좌석수가 적지만 그만큼 경쟁률도 낮을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플랫폼 사이트에 비해 서버가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실패하더라도 정각의 플랫폼 사이트 상태를 체크, 도저히 못해먹을 정도면 다음 티켓 오픈 때는 그 사이트를 과감히 버릴 수 있다. 또한 소규모 플랫폼에서 가져간 좌석의 위치를 파악하면 배우가 무대 좌우측 어디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좌석 범위가 통로를 따라 포진되어 있다면? 그건 높은 가능성으로 배우가 통로를 통해 등장 또는 퇴장한다는 뜻이다.


선예매 그게 뭔데


티켓 오픈은 평일 낮 11시 또는 2시에 진행되며 아주 드물게 4시인 경우도 있다. 이 시각은 티켓 시장에서 점유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의 티켓 오픈 시각과 거의 일치한다. 인터파크 티켓에 대적해 다른 사이트들은 선예매, 꿀자리 등의 카드를 꺼내 든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질쏘냐. 인터파크 티켓에서도 유료 회원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선예매, 할인, 패키지 등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나는 선예매에 목적을 두고 움직이는 편이라 결제 혜택과 관련된 꿀팁은 잘 모른다. 아마도 찾아보면 더 많은 혜택이 있을 텐데 이 부분은 S가 전문가라 이 이상의 설명은 패스한다.


앞서 선예매에 대해 언급했다. 선예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한 없이 예매할 수 있는 티켓팅 시각보다 먼저 예매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선예매의 형태는 다양하다. 동일 사이트에서 특정 멤버십 회원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특정 사이트 가입자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체 좌석이 선예매 범위인 경우도 있고, 일부 구역만 선예매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나는 선예매에서 좋은 좌석을 예매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선예매가 일반 예매애 비해 경쟁률이 낮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 회원가입, 멤버십 가입비용, 가입 후 티켓 예매 권한 부여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가지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미리 살펴보길 바란다.


좋아 가보자고.


티켓팅 당일, ① 티켓팅 시각 앞뒤로 일정 공백 ② 긴장감을 나눠가져 줄 티켓팅 동지 ③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④ 가장 편한 PC와 가장 편한 마우스 ⑤ 통장 잔액 다섯 가지를 준비한다. 티켓 오픈은 보통 평일에 있으므로 업무 시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15분 전, 10분 전, 5분 전 알람을 맞춰둔다. 5분 전 알람을 맞췄더니 티켓 오픈 시간을 까맣게 잊고 밖에서 점심을 먹다가 헐레벌떡 사무실로 복귀한 적이 있어서 조금 더 시간 여유를 둔다. 10분 또는 15분 전만 알람을 맞췄더니 그새 다른 일 하다가 예매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그래서 아침 알람보다 잦은 텀으로 티켓팅 알람에 집착하고 있다.


시계가 중요하다. 네이버 시계를 많이들 쓰는데 나는 아이폰 초침을 신뢰하는 편이다. 폰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절전모드 시간을 변경한 후 모니터 앞에서 대기한다. 3분 전부터 다리를 떨기 시작, 2분 전에 S에게 카톡을 보내 긴장 상태를 알린다. 1분 전부터 다른 짓은 금물! 초침만 바라본다. 초침이 기어코 정각을 가리킨다. 순간 가장 신속하게 한 번의 클릭! 팝업이 뜬다. 대기번호 창이 아닌 캘린더 창이 떴다면 반은 성공이다. 캘린더에서 날짜를 차분히 선택한다. 흥분하면 엉뚱한 날짜를 클릭할 수 있으니 최대한 침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디어 객석 배치도가 보인다!


좌석 선택 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안심 예매 문자 입력이다. 제 아무리 빠르게 클릭을 했다 한들, 입력 알파벳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순위는 한참 밀리고 만다. 영타가 빠르면 유리할지도 모르나 익숙한 자모음 순이 아닌 아무 알파벨의 나열은 손가락을 뚝딱거리게 만든다. 이 알파벳은 대문자로 화면에 표시되며 키보드에서 Caps lock이 눌려져 있지 않더라도 대문자로 입력된다. 하지만 한글을 영어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사전에 반드시 한/영 전환 상태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네놈이 이선좌로구나


'이선좌'라고 들어보았는가? '이선좌'를 경험할 수 있는 화면에 진입한 것이다. 객석 배치도에서 보라색이 많이 보인다면 다시 침착하자. 짧은 찰나, 머리는 빠르게 상황판단을 하고 손가락은 그 상황판단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좌석 중에 중앙 블록 가장 앞, 누가 봐도 탐나는 좌석은 경쟁자들이 이미 달려들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남들보다 빨라서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가 뜬다면? 그다음에 모니터 안 보라색 좌석은 하얀색 좌석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나는 보통 내 선택지에 뜬 좌석중 가장 앞쪽은 제외 3-4번째의 중앙 좌석을 선택하거나 양측 사이드 통로 좌석으로 눈을 돌린다. 좌석과 좌석 사이 그 좁디좁은 틈을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내 포도알*을 주워 빛의 속도로 '결제' 버튼을 누른다. 


포도알은 좌석 등급별 구분 색상에서 VIP좌석(VIP좌석이 없는 경우 R석)의 색상이 보라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VIP석의 좌석 범위는 무대를 기준으로 반원형을 그리고 있어 전체 VIP 좌석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습이 포도알이 과하게 많은 포도송이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고지가 눈앞


결제 버튼을 눌러 다음 화면으로 진입했다면 98% 성공이다. 2%의 실패는 보통 통장 잔액 부족 또는 결제 사이트 오류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통장입금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최근에는 부정 예매가 많아져 무통장입금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나에게 가장 간편하고 안전한 결제 방법이 무엇일지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결제까지 무사 완료 후 예매 내역 확인하기를 클릭할 수 있다면 당신은 티켓팅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티켓 예매 팝업은 크게 날짜선택-좌석선택-결제 화면 세 가지로 나눠진다. (날짜를 먼저 선택한 후 팝업 화면이 뜨는 경우도 있으나 티켓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예매가 닫히고 날짜 선택 화면 대신 티켓 오픈 시각을 카운트하는 버튼으로 바뀌기도 한다.) 은근히 중요한 것은 체크박스다. 팝업창에서는 몇 가지 동의 체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동의 체크를 진행하지 않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를 모르고 말을 듣지 않는 다음 버튼을 누르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차분하면서 꼼꼼하게 그러나 신속하게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티켓팅 성공 시나리오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포기는 없다. 다음 편은 티켓팅 실패 후 바짓가랑이를 잡는 방법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바짓가랑이 잡고 공연장에 입성하니 눈여겨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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