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 노을 Feb 26. 2022

젖꼭지에서 알 수 있는 것

포유류의 정의는 단순하다. 

젖을 먹이는 엄마, 젖을 먹는 자식으로 대가 끊기지 않는 동물을 포유류라고 할 수 있다. 


날 수 없으면 포유류 아니냐고? 

박쥐는 포유류지만 날 수 있다.


바다에서 살 수 없으면 포유류 아니냐고? 

고래는 바닷속 최상의 포식자이다.


포유류의 알파이자 오메가, 처음이자 마지막, 시작이자 끝, A이자 Z, 그것은 젖이다. 


헤라의 젖꼭지는 헤라클레스에게 힘차게 빨렸다. 그 젖에서 나온 우유 줄기는 은하수가 되었다. 젖은 우주로도 뻗어 있다.


하늘과 땅, 바다와 우주 어디에서나 젖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젖은 여성에게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남성에게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진화는 필요한 것만 남긴다는 것은 기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현대 과학의 황금률 아닌가. 젖꼭지는 남성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않은가. 모유수유를 남성이 대신할 수도 없다. 부(父)유수유는 들어본 적 없다. 남성이 갑자기 여성이 될 수도 없다. 간혹 동물 중에 그런 경우가 있다고야 하지만 인간은 그런 식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왜 남성은 젖꼭지를 가져야 하는가.      


성감대?     


심미적 효과?     


여백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세포들의 창조적 활동?     


영원한 여성성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 단계?     


과학적으로만 따졌을 때의 답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모든 인간은 여성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Y염색체를 얻으면 남성이 된다. 즉, 모든 인간은 자궁 안에서 유방의 성장을 전제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염색체에 의해 유방의 점진적 성장, 혹은 급격한 중지 중 하나가 태아에게서 발현되는 것이다. 이때 기존의 젖꼭지를 굳이 없앨 필요를 못 느낀 자연은 젖꼭지를 그대로 남겼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인간은 과학으로만 살지 않는다. 과대망상, 확대해석, 일반화, 억지 교훈 찾기의 대가(大家)가 인간 아닌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있다. 뭐, 개구리한테 물어보진 않았으니 이 말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겠다. 다만, 모든 속담이 가리키는 대상은 인간이니까, 해석해보자. 우리는 과거를 죽인다고 한다. 과거를 미화한다. 본인이 상상만 했던 것을 실제로 했다는 착각 속에 조언과 명언을 남발한다. 지나가는 꼰대님, 당신 때 그렇게 안 했다고요. 참고로 심리학 연구 결과이다.     


과거를 죽이는 인간을 염두에 두시고, 자연은 미리 손 썼다. 인간이 태초에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말을 잘못 해석하고 남혐과 여혐을 조장하네, 성별 갈등을 확대시키네 등으로 글의 가치를 폄훼하지 말아 달라.

      

태초에 여성이었다는 것은 성의 구분은 확률에 의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50% 확률로, 강제적 입대, 임신 가능성, 치안 걱정 여부, 사회적 혜택의 범위, 정당 호감도가 달라진다니. 자연의 장난은 나비효과의 본보기이다. 그 결과는 인간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간 상상력을 파상하는 범위에 있는, 인간 지각 능력을 초월하는 전지전능의 무언가가 초래한 것이 아닐까. 


이런 악마, 선한 천사, 절대자, 그분 등 수많은 이름으로 표현되는 자에 의한 인간의 어리석음은 가히 우스꽝스럽다.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혈액형에서 4가지 성격을 추론하는 것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꽃에 말을 붙이는 것이나, 타고나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채용에 반영하는 것이나, 가만히 있는 자연에 인간의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웃긴 것이 아니다. 우스운 것이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 성(性)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일은 익살꾼이 하는 짓이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청중에게 실소를 유발하는 익살꾼의 재롱이 개그를 벗어난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익살꾼이 광대가 되면,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봐야 하는, 체념에 의한 자조적 태도, 썩은 미소가 만들어낸 웃음이 우리사회를 채울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