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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노을 Mar 05. 2022

두 사람을 조심하라.

개인은 자유로운가?

 테드 창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유의지에 질문한다.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역시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혼 부부의 재혼만큼 어색한, 픽션과 논픽션의 결합은 둘 사이의 모호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개인은 자유로운가?



 자유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억압 없는 상태’일 것이다. 이때의 억압은 광범위하다. 누군가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은 당연하거니와 사회적 분위기 등도 포함된다. 모병제나 매춘부는 돈의 억압을 우려해서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재산의 차이 역시 억압에 포함될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은 이러한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한 경우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타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 억압수용체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경우 그리고 홀로 존재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첫 번째 경우는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부모, 지능, 사회성, 성격 등 수많은 것을 타고난다. 동시에 우리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력까지도 배경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억압에서 인간이 자유롭기란 생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두 번째 경우는 진정한 자유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차력사를 보면서 놀란다. 하지만 우리의 경탄은 그들의 참음을 향해 있다. 그들이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무통인간은 퍼포먼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연구 대상이 될 뿐이다. 즉, 진정한 자유는 자유를 느끼는 사람뿐 아니라 타인이 그 사람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일종의 평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세 번째 경우는 성립될 수 없다. 홀로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태는 외로움과 고독으로만 여겨질 뿐이다. 조르바의 자유로움이 ‘나’의 존재로 완성된 것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세 가지 경우는 우리의 삶과 거리가 멀다. 즉 우리는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개인은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자신은 자유롭게 살고 있는데, 왜 자유롭지 않다고 하냐고.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냐고.

 개인이 자유롭지 않다고 해서 완전한 억압의 삶을 살진 않는다. 우리의 생각 속에 있던 완전히 자유로운 개인의 이미지는 현실에 없음을 말할 뿐이다. 우리가 느끼는 자유로움, 하지만 느낌과 실제는 다르다. 거식증 환자의 거울 속 모습과 실제는 다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망막에 맺힌 상과 실제는 다르다. 상위 차원에서 본 우리의 모습은 인드라망에 연결돼있는, 자유 따윈 없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만 느끼지 못할 뿐.

 자유가 없다는 것이 모든 것이 정해졌다는 운명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비약이다. 자유의 부재와 자유의 완전한 부재는 다른 문제니까. 음악 앱에는 자동재생 기능이 있다. 어떤 음악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도중에 다른 음악을 선택하면 새로운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된다.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는 것, 즉 운명을 바꾸는 것 그것은 자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유롭게 결정되진 않는다. 하나의 선택은 몇 개의 결과로 정해질 수 있다. 동시에 그 선택을 만든 요인들은 자유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인은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인간은 불평등하다. 하지만 평등을 외친다. 경쟁은 없어질 수 없지만, 경쟁을 없애겠다고 외친다. 개인에게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중 상당수는 실재하지 않는다. 돈, 명예, 국가, 기업, 사상과 종교. 그것의 허구성 혹 상호주관적 실재성을 믿는 것, 그게 인간이 걸어온 길이다. 그러니 개인이 자유로운가를 묻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행위인지 모른다. 개인이 자유롭든, 자유롭지 않든 자유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 법과 제도이며, 철학과 예술 아닌가. 자유가 없다면 형벌은 누구에게 주어지는 것인가. 자유가 없다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인가. 자유가 없이는 그것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1984>의 빅브라더는 그 이름만으로 힘을 지닌다. 암흑물질도 마찬가지이다. 존재를 가정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들이 있다. 자유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개인은 자유로운가?’에서 ‘자유는 지켜지고 있는가?’로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의 자유는 지켜지고 있는가. 


자유의 유무를 밝히려는 자를 처단할 것.


자유의 신변을 위협하는 자도 처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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