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어김없이 자기의 방식을 고집하며
자연이 무심한 듯 못된 습관처럼
우리의 곁을 스쳐가도
무기력 유한반복 나의 하루하루는
내 키만 한 폭풍의 파도처럼 요동을 치다가도
깜깜한 밤의 적막한 고요처럼 잔잔해지기를 수 차례...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태어나버린 순간부터
언제나 그 자리 어디쯤에선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흐트러짐 1도 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난 미리 알 수도 없었던 태초의 몸부림으로부터
그것이 별에서 왔든 구름에서 왔든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팔수록 손해라는 어느 상인의 한탄처럼
우리의 인생은 살아갈수록 손해인 듯
그 상인의 마음과 똑같아진다.
무상한 자연의 변화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잘 짜인 일상이 만드는 삶의 작은 행복들은
강력한 모르핀이 되어 우리의 약속을 망각시키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어 보인다.
진짜 가끔씩 생각하긴 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존재의 이유를
절대 수긍 못하는 이유 또한 그 지긋한 탄생의 약속 때문이지 않을까
결국의 내길의 끝까지 내 발로 뚜벅 걸어가야만 하는
혹은 시간기차를 타고 역까지, 혹은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내 의지로 만들지 않은 약속을 지키러...
결국엔 누구나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망각을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란 걸 난 안다.
그것이 유한임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체계화하고 재미있는 일상으로
대체불가의 삶이라는 망각주사를 맞으며 이겨낸다.
약속을 잊으며 사는 길은 그것뿐인 것 같다.
가끔은 치매노인의 삶이 부러운 이유이다.
무슨 개망언이냐고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말이다.
더 이상 강력한 진통제는 필요 없을 것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자들이 가끔은 부럽고
나비나 나무나 혹은 만화의 캐릭터가 부러울 때도 있다.
한번 입은 옷으로 평생을
늘지도 줄지도 않는 몸무게로
늙어 못생겨지지도 않는 만화의 캐릭터는 진짜 부럽다.
하물며 생명이 있어 태어난 인간이 이 세상을
거칠게 살아내며 쌩으로 이겨내는 모습은
나에겐 너무도 위대한 존재가 되며 눈물 나게 감동적인 순간을 준다/
난 그렇지 못해서...
얼마 전에 나는 스스로에게 병명을 진단했다.
의사도 아니면서
성인 ADHD... 나의 몸부림과 꼭 닮아있기에
일부러라도 열심히 이것저것
오늘도 내 삶을 오거나이징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