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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Mar 16. 2022

오늘도 다이어트에 실패한 나에게

매번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고도 오후만 되면 편의점에 들어가 달콤한 과자와 초콜릿을 찾고 밤 10시가 넘으면 라면을 끓여 먹으며 자괴감에 젖는 내 모습은 참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대체 왜 나는 어제도 오늘도 늘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걸까? 


인류의 기원을 따지는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최초의 인류로 가정한다면 그 기원은 230~240 만 년에 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기나긴 역사에서 식량이 풍족해진 시기는 불과 100년이 채 안 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세기 초까지 초봄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고, 우리 조상님들은 굶주림을 견디기 위해 나무껍질까지 벗겨서 먹어야 했다. 


인류의 생존 본능은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좋아하고, 남는 열량을 몸속에 지방층으로 비축해서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왔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변했다. 변해도 아주 많이 변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도 모자라 오히려 먹을 것이 남아돌다 못해 음식물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까지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냉장고만 열면 식자재가 가득하고, 전화 한 번이면 언제든 기름진 치킨과 달콤한 디저트를 집 안에서 받아먹을 수 있다. 


DNA에 각인된 본능은 여전히 달고 기름진 음식을 탐닉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사방에 맛있는 먹을 것들이 널려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본능에 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다. 대소변이 마려울 때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처럼,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말하는 게 옳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칭송받아야 할 게다. 


다이어트는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다. 마치 거센 물결을 역으로 거슬러 헤엄을 치는 것처럼 힘들고 고된 일이라 하겠다. 물에 들어가 수영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자. 팔다리가 내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고 마치 따로 놀 듯이 엉망으로 움직인다. 숨을 쉬기도 힘들고 앞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다. 


다이어트도 그렇다. 다이어트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결심을 세우고 마음을 움직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꾸준히 시도하고 도전하며 팔다리가 바르게 움직이도록 연습하는 것처럼 다이어트 역시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도전하며 시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도 실패하고, 오늘도 실패했다. 내일도 실패할지도 모른다. 10번 실패하고 100번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하는 게 옳다. 되지도 않는 개헤엄을 치더라도 매일 도전하며 허우적대야 수영 실력이 늘듯이 다이어트 역시 그렇게 꾸준히 도전하고 실패하며 내 몸과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익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나를 비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의지를 꺾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퍼붓는 비난과 저주다. 


나를 비난하는 것은, 수영을 하는데 내 팔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팔을 회초리로 때리고 묶어버리는 것과 같다. 팔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팔에 더 집중하고 더 부드럽게 풀어주어야 옳은 일이다. 


지금 내가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 내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계속 하루하루 실패를 쌓아가다 보면 나는 성장할 것이고 더 나아질 것이다.


나는 마침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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