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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Mar 13. 2022

개신교의 명상법 - QT

QT는 Quiet Time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지칭하는 말이며, 개신교의 기도 방법 중 하나다. 우리말로는 ‘경건의 시간’, ‘묵상의 시간’, 또는 ‘하나님과의 교제의 시간’ 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QT의 기본적인 접근법과 실행 요령은 많은 목회자분들이 좋은 가르침을 인터넷상에 남겨놓으셨기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나는 단지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QT를 할 때 마음을 움직이는 요령과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도는 ‘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종교적으로 믿는 대상을 향해 말을 거는 것이 기도의 기본이다. 개신교에서는 예수님이나 하나님이 그 대상이 될 터인데, 많은 경우 기도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청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병을 낫게 해달라든지, 돈을 벌게 해달라든지,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든지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소원을 비는 기도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부족하고 아쉬운 기억을 선명하게 상기시키기에 갈증과 공허함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킨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없고 무엇이 부족하며 무엇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도를 하며 믿음의 대상을 마음 속에서 접할수록 자신 안에 있는 공허함과 더욱 익숙해지고, 오히려 믿음의 대상이 원망의 대상이 되는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다. 


그래서 신앙이 깊어지고 믿음의 대상과의 관계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기도의 내용에 대해서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단순히 소원을 비는 것에서 벗어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걸듯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진솔한 대화를 시도한다. 여기서부터 기도는 일종의 소통이 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기도를 본다면, 기도는 참 좋은 내면과의 소통 수단이다. 자신의 기억, 감정, 사고를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 의식으로 끌어올려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자기 내면을 직시하는 것은 심리치료를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지적할 부분이 있다. 소통은 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듣는 것 역시 소통의 일부이다. 


QT는 ‘듣는 기도’이다. 


일반적인 기도가 소원을 빌거나 혹은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털어놓는, 주로 말하는 것이 주 내용이라면, QT는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주 내용이다. 


듣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성급한 마음에 상대의 말을 잘라먹거나 미리 앞서서 해석해버리는 건 무례한 행동이며 소통에도 해가 된다. 그렇기에 QT를 하려면 조용히 침묵 속에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막막하고 어색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에 시작하는 것은 익숙해지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등불을 들고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를 기억하라(마 25:1-13), QT를 할 때 필요한 것은 그런 마음가짐이다. 기도는 소통이다. 종교적으로는 믿는 대상과의 소통이며, 심리학적으로는 내면과의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은 말하는 것만큼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 


종교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그리고 심리적으로 건강해지고 싶다면 QT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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