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지켜내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
최고의 고백.
나는 매일매일 고백을 받는다. 아마 세상의 모든 유치원 선생님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마구마구 표현한다.
하트모양 그림을 자꾸 그려달라고 하고, “사랑해 글씨는 어떻게 써요?” 궁금해하며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표현하려 한다. 성악설과 성선설이 아니라 ‘성애(愛) 설’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다.
아이마다 고백 방식도 참 다양하다.
등원 길에 예쁜 꽃을 봤는데 선생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들꽃 한 송이를 들고 온 어린이. 주말에는 바다에 놀러 갔다가 내 생각이 났다며 주운 ‘사랑해’를 적은 조개껍데기를 선물하는 어린이. 내 얼굴을 그린 초상화를 선물하는 어린이. 아끼는 스티커를 망설임 없이 주는 어린이.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와락 포옹하는 어린이. 심지어 엄마의 반지를 집에서 몰래 가져와 주는 어린이도 있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커다란 고백들이 나를 자꾸 웃게 만든다.
이런 사랑들이 좀 더 무르익게 되면 아이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초대 고백을 하기 시작한다. 어제 아이스크림을 사두었으니 우리 집에 와서 먹으라고 자꾸 나를 유혹(?) 하거나, 유치원에 갖고 올 수 없는 엄청난 장난감이 집에 있다며 나와 밀당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촘촘한 초대 고백의 포위망에서 아이들의 동심을 깨지 않으며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작전을 세운다.
“선생님은 너희 집이 어딘지 모르는데 어떡하지?”
“선생님은 길을 잘 모르는데...”
“초대장이 있어야 갈 수 있는데 선생님은 없어..”
하지만 최고의 고백은 이럴 때 찾아온다.
‘선생님, 비밀인데요. 우리 집 비밀번호는 0000이에요. 꼭 놀러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런 거 아무한테나 말하면 안 돼!”라며 단호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벅차오른다.
비밀번호는 알려주는 고백이라니! 엄청나다.
동심이 가득한 사랑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고작 태어난 지 5년쯤 된 작은 아이들에게 사랑이 어찌나 그렇게 많을 수가 있는지, 따라갈 수가 없다.
유치원 교사가 되고 가장 변한 게 있다면, 바로 ‘사랑 표현’이다.
나와 가장 가깝고도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는 가족인데도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사랑해’라는 말을 우리 가족에게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사랑이 넘쳐난다는 말이 시각화된다면, 그건 ‘어린이’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처럼 사랑하려고 한다.
어린이처럼 글로, 그림으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어떻게든 내 마음을 표현하며 아이들에게 받았던 따뜻함을 나도 주변에게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