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사진사 Jul 23. 2023

나는 편하지가 않다

고양이의 마음



익숙함이라는 말은 안심 혹은 편안함이란 단어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사람과의 인연에서 익숙한 감정은 꽤 좋은 인상에 가깝다. 보통은 반복에서 비롯된 그래서 어지간한 말이나 행동에는 다음을 예상할 수 있는 ‘안심’할 수 있고, ‘편안한’ 사이라는 걸 증명하기도 한다.
요즘은 ‘시대에 맞는 얼굴형’이란 게 있다는데, 내가 어릴 땐 ‘선한(?) 인상’이 잘생기거나 예쁜 얼굴보다 첫인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곤 했다. 그 선함이란 기준도 사실은 경험에서 터득한 ‘단기간에 안심할 수 있는’ 혹은 ‘편안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선한 인상에 가까웠는지 실제로 플러스가 된 일도 종종 있었다. 면접이든 학교나 사회에서의 만남이든 “두용씨는 인상이 선하고 좋네요”라는 말을 제법 들었다. 다른 말로 ‘서글서글하다’라고도 했다. 실제로도 비슷한 뜻이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선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금세 편하게 대하기도 했는데, 그게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안심하고 편안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왜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되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내게 말을 놓거나 다소 무례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쉽게 했다. 물론 난 불쾌해도 내색하지 못했다. 내성적인 사람의 특징이다.
나이가 들면서 무례한 사람에게 기분 나쁜 내색을 했다. 신기한 건 쉽게 함부로 하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내게 한 말과 행동의 절반만 보여줘도 질색하고 발끈한다. 대부분 “네가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이다. 자신이 한 언행을 조목조목 나열해줘도 끝까지 모른다. “그건 니가 편하니까 그렇게 대한 거고, 너는 지금 잘못한 거”라는 식이다. 몇 번 반복해서 얘기하겠지만, 사람은 안 변한다. 나쁜 사람은 그냥 나쁜 어린이였다가 나쁜 어른이 되고, 나쁘게 늙어가서 죽는다. 아니길 바라지만 경험에선 그랬다.
어릴 땐 선한 인상이란 게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그 말이 좋지만은 않다. 무례함과 함께 내가 편안하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는 편하지가 않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공간에 관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