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자주 간다. 요즘은 책을 자주 읽는 편이지만 원래 책을 잘 안 읽었다. 작가라는 이유로 지인들은 내가 책을 많이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나마도 편식을 한다. 끝까지 읽는 책도 많지 않다. 좋은 내용이 담겼다 한들 글의 결이 모가 나면 잘 못 읽는다.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입으로 읽으며 독서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장이 뚝뚝 끊기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책의 작가가 단어 선택에 신경 써서 페이지마다 정성을 눌러 담은 책을 좋아한다. 그게 이론서든 에세이든, 시든, 장르를 불문하고 기본기가 먼저라고 생각이다. 보통은 구립 양재도서관에 간다. 집에서 가까운데다 동네 도서관치곤 품위가 있다. 건물의 만듦새부터 각 공간의 쓰임, 동선과 가구의 배치까지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평일에 가도 좋은 자리엔 이미 사람이 앉아 있기 일쑤다. 높다란 가로수가 줄지어 선 창밖이 보이는 1인 좌석들. 앞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 시원한 커피 한 잔 올려놓고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책을 읽으면 작가와 일대일 미팅이라도 하는 듯 집중이 잘 될 것 같다. 이따금 힐끔거리며 책 너머 창밖 풍경을 내다보면 그게 휴식이 되겠지. 하지만 자리가 없다. 쉬는 날이면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낮시간에 양재도선관으로 향한다. 허탕친 게 일상이라 좋은 자리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가보면 좋은 자리가 몇 개는 비어있다. 임자가 있는 빈자리다. 가방이나 짐을 두고 자리를 비운 사람들 때문이다. 30분 이내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마세요’, ‘좌석을 사유화하지 마세요’라고 쓰인 곳곳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엎드려서 한참을 자는 사람도 있다. 피곤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카페에서도 많이 본 장면이다. 곳곳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리를 비운 사람들. 지인과 카페에 들어가서 담소를 나누다가 나올 때까지 한두 시간이 넘도록 자고 있는 사람들. 카페 주인들이 불편해한다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아침에서 저녁까지 있는 손님과 비슷하다. 공동체의식. 배려가 별 게 아닌데, 내가 하려면 쉽지 않다. 내 것도 아닌데 손해본다는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