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라는 말은 안심 혹은 편안함이란 단어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사람과의 인연에서 익숙한 감정은 꽤 좋은 인상에 가깝다. 보통은 반복에서 비롯된 그래서 어지간한 말이나 행동에는 다음을 예상할 수 있는 ‘안심’할 수 있고, ‘편안한’ 사이라는 걸 증명하기도 한다. 요즘은 ‘시대에 맞는 얼굴형’이란 게 있다는데, 내가 어릴 땐 ‘선한(?) 인상’이 잘생기거나 예쁜 얼굴보다 첫인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곤 했다. 그 선함이란 기준도 사실은 경험에서 터득한 ‘단기간에 안심할 수 있는’ 혹은 ‘편안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선한 인상에 가까웠는지 실제로 플러스가 된 일도 종종 있었다. 면접이든 학교나 사회에서의 만남이든 “두용씨는 인상이 선하고 좋네요”라는 말을 제법 들었다. 다른 말로 ‘서글서글하다’라고도 했다. 실제로도 비슷한 뜻이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선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금세 편하게 대하기도 했는데, 그게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안심하고 편안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왜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되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내게 말을 놓거나 다소 무례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쉽게 했다. 물론 난 불쾌해도 내색하지 못했다. 내성적인 사람의 특징이다. 나이가 들면서 무례한 사람에게 기분 나쁜 내색을 했다. 신기한 건 쉽게 함부로 하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내게 한 말과 행동의 절반만 보여줘도 질색하고 발끈한다. 대부분 “네가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이다. 자신이 한 언행을 조목조목 나열해줘도 끝까지 모른다. “그건 니가 편하니까 그렇게 대한 거고, 너는 지금 잘못한 거”라는 식이다. 몇 번 반복해서 얘기하겠지만, 사람은 안 변한다. 나쁜 사람은 그냥 나쁜 어린이였다가 나쁜 어른이 되고, 나쁘게 늙어가서 죽는다. 아니길 바라지만 경험에선 그랬다. 어릴 땐 선한 인상이란 게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그 말이 좋지만은 않다. 무례함과 함께 내가 편안하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는 편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