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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글 Nov 02. 2022

캐나다 이민의 현실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통계를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은 바뀌지만, 통계 결과를 종합적으로 본다면, “이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답변에 “네”라고 대답한 대한민국 국민이 절반을 넘긴다. 그리고 이민을 희망하는 국가 3위 안에는 항상 캐나다가 있다.




나는 캐나다 토목 건설회사에서 Project Coordinator로 근무 중이다. 이민을 꿈꾸는 분들이 내가 다니는 회사와 타이틀을 보시고는 많이 질문하신다.

“Coordinator가 되려면 얼마나 영어를 해야 하나요?”

“어떤 전공을 하면 Coordinator가 될 수 있어요?”

“그 전공을 졸업하면 Coordinator가 될 수 있나요?”


답변은 항상 똑같다.

“말은 어눌한지언정, 당연히 다 알아들을 정도로 영어 하셔야 합니다.”

“Coordinator라는 직업은 전공과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Coordinator가 되려고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건축과를 나온다고 모두가 건축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사범대를 나온다고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 각자의 흥미와 적성, 상황에 따라 진로는 얼마든지 바뀐다. 게다가 말을 못 하면 당연히 일은 할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나에게서 어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이고 그럼요. 영어 못 하셔도 문제없습니다!”

“건설공학과 나오면 무조건 Coordinator로 취업할 수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이 전공을 들으시면 졸업 후 Coordinator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캐나다에서도 열심히 살아야 잘 살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보다 경쟁이 덜한 것은 맞다. 아니, 경쟁이 있기는 한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민 1세대고 그들보다 뒤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발에 불이 나게 뛰어가는 중이다.


캐나다에 와서 2년 간 정말 고생했다. 막노동, 뭐 이런 고생이 아니라 영어를 극복하느라 매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다. 캐나다에 오자마자 10kg이 빠졌다. 밥도 먹지 않고, 그 시간마저 영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고생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 없고 Project Coordinator가 된 성공한 이민자의 모습만 본다.




나에게 상담을 주시는 분들에게 얼마든지 달콤한 말로 캐나다에 이민 오시라고 유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을 모르고 캐나다로 오셨다가 실망하거나 실패해서 돌아가실 경우, 그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래서 최대한 현실을 말씀드린다. 대신 그걸 극복할 방법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내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한다.


고생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고생 없이 얻는다면 그건 도둑질이라고 배웠다. 또는 도둑질하지 않고 고생 없이 뭔가를 얻으려면 머리가 비상하게 좋아야 하는데, 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간단하고 당연한 논리인데, 사람이기 때문에 잘 못하는 것이 있다.

“살을 빼고 싶어요” > “많이 먹지 마세요!”

“몸을 만들고 싶어요” > “당장 운동하세요!”

“성적을 잘 받고 싶어요” > “열심히 공부하세요!”

사람은 하던 것을 계속하는 습성이 있고, 그걸 끊어내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하면 몸에 알이 배긴다. 그리고 알이 배겼기 때문에 또다시 쉰다. 운동만 해도 이런데, 이민은 어떻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이민이다. 하는 말부터 먹는 거, 생활 패턴, 주변 환경, 모든 것이 바뀐다. 그로 인해 몸에는 엄청난 알이 배길 것이고, 그 알 배긴 몸을 이끌고도 쉬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민 가서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질문하신다면 대답은 이거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영어 공부하시고, 뒤쳐진 세월만큼 열심히 달려가실 수 있도록 체력 관리하시면서, 원하는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각오하고 오세요!”




캐나다가 이민 희망국 1위라고 해서 이곳이 환상적인 유토피아나 천국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캐나다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단지, ‘환상적인 캐나다에서의 삶이라는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허구의 이미지가 통계를 왜곡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을 온 이민 1세대로서 현재까지 확실한 점은 캐나다로의 이민을 선택한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 배우자로 선택할 권리가 있듯이, 나와 결이 맞고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할 권리,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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