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진심인 그녀 덕에 야구장 그라운드를 밟아보다
(마이애미+3) 아름다운 날씨와 너무 잘 어울렸던 비즈카야를 등지고 나와서 우리는 야구장 투어에 예약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비즈카야를 떠날 때 시간을 보니 12시 반을 좀 넘어선 시각, 투어 예정 시간은 두시.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지만 초행길이고 늦는 걸 싫어하는 나였기에 서둘러 움직였다. 아쉽게도 비즈카야에서 말린스 파크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너무 많이 돌아가야 했기에 우리는 편하게 우버를 이용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에 트롤리에서 내린 장소로 이동하여 어플을 이용해 우버를 불렀다.
신기하게도 비즈카야의 숲 속에서는 바닷바람 덕인지 숲과 함께여서 그런지 몰라도 도로변으로 나오자마자 바람의 결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우버를 타고 약 20분 정도를 이동한 후 우리는 ‘Miami Marlins‘ 의 홈구장 ‘LoanDepot Park’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내 직업 상 여러 경기장, 또 데이트 겸 몇 경기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었지만, 론디포 파크는 다녀본 한국의 어느 경기장보다 거대했다. 고척돔의 2배 정도 크기. 우리가 우버에서 내린 곳은 외야 입구 쪽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면 안내가 잘 되어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어디에서도 야구장 투어에 관한 안내문구가 있지 않았다. 투어 예정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찾았기에 망정이지 시간을 맞춰왔다면 매우 당황스러웠을 듯싶다.
마침 마이애미 말린스는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었고, 경기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경기장 우측으로는 경기장과 비슷한 규모의 주차장이 존재했다. 한국과 달리 주차장 건물을 별도로 지어서 운영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구장 외 구역은 거의 공원처럼 구성이 되어 있어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시는 분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시는 분들 등 진짜 한가한 공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우리는 투어 장소를 찾을 겸 팀 스토어를 구경하기로 했다. 샾 크기는 한국의 여느 구장과 다를 바 없었고, 안의 내용물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장사하는 분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인가?! 우리 부부에게는 샾 안의 물품들이 딱히 멋있다거나 끌리지 않아서 마이애미 배경이 그려진 팀 기념볼만 하나 사기로 했다.
내가 잠시 혼자만의 (흡연) 시간을 가지러 샾을 나온 사이에 투어의 가이드 분께서 아내에게 팔찌를 주고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를 해주었다고 한다.
우리와 함께 투어를 할 사람은 MLB의 클리브렌드 팬이신 외국인 한 명, 우리 입장에서는 외국인이지만 투어를 담당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내국인 한 명 외국인 부부 한 쌍이었겠지? 투어 출발은 샾에서 출발해서 사무국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시작했다. 시작 전에 마치 공항 검색대처럼 신발까지 다 벗고 짐 검사를 실시했다.
특별하게 문제없이 통과한 우리 팀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선수들이 미팅하고 쉬는 공간인 라운지부터 돌아봤다. 검색해 본 결과 국내에는 이런 야구장 투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야구장 라운지를 들어가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MLB는 MLB인가! 드링크부터 가벼운 운동,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구경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가이드분이 한국에는 이런 투어가 있느냐라고 물어봤는데 그 당시에는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였기에, 안 가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없을 것 같다고 대답해 줬다. 이후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투어를 하고 있는데 함께 걸어가던 외국인이 갑자기
“Is Choo doing well in Korea?”
라고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놀라기도 해서 한번 더 되물었다.
그렇다! 현재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 뛰고 있는 클리브렌드 출신인 추신수의 안부를 묻는 질문이었다.
“Sure. He is playing well in the team that I support. Haha.”
라고 웃으며 대답해 줬다. 그 이후 외국인분의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우리 부부는 둘 다 반 정도만 이해했다. 우리가 전부 이해 못 하고 대충 듣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다시 가이드분과 수다를 이어갔다. 영어는 어려워!
그렇게 라운지를 돌아본 우리는 무려! 그라운드를 밟는 영광을 가졌다! 나는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경기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그래도 여기는 MLB구장! 우리 부부는 발을 들여놓기 전에 한 번 더 진짜 들어가도 되는 거냐고 확인까지 할 정도로 신기한 체험이었다. 그라운드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미국에서, 신혼여행에서, 야구장 투어를 와서 그라운드를 밟아본다는 체험은 진짜 신기했다. 누구든 어느 팀을 응원하든 미국을 가게 된다면 미리 확인하고 구장마다 있는 야구장 투어를 꼭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야구장 투어 중에는 가이드분이 말린스의 역사와 그와 관련된 간단한 MLB의 역사를 얘기해 주었지만 딱히 그런 것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기에 야구장을 구경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투어를 했다. 야구장은 원래 돔이 아닌 오픈형 경기장으로 지어졌지만 시간이 지나 보수를 하면서 돔구장으로 지붕을 덮어서 개폐형 돔 구장이 되었다고 한다. 일단 관중석 자체도 엄청난 규모를 가진 구장이었고, 외야에 투어를 갔을 때 놀란 것은 외야석에는 그라운드 바로 앞에 그물망 앞 좌석이 있었고, 커다란 펍을 등지고 앉는 좌석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투어를 한 날은 원정경기기 때문에 식당이나 펍이 운영되지는 않았지만 야구를 구경하다가 바로 등을 돌리면 펍이 있고 식음료 주문 후 바로 등만 돌리면 내 관람석! 야구장을 좌석으로 채우기 급급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였다. 이런 야구장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라면 나는 진짜 매년 시즌권을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 구단 라커룸이나 운동시설은 우리가 투어를 도는 시간에 모종의 이유로 구경할 수 없었다. 아마 2군 선수들이나 간단한 보수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 반 가량의 구경을 마치고 내일은 마이애미의 작은 쿠바라고 불리는 ‘Little Havana’를 가보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이 아니면 갈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유명한 마이애미 비치로 향했다. 뭔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호텔에 들려 비치웨어로 환복을 하고 서둘러 우버를 타고 마이애미 비치로 향했다.
마이애미 비치는 구조상으로 섬처럼 돼있는 곳이기 때문에 들어가고 나오는 다리가 한정되어 있다. 우버를 타고 가는 그 길은 마치 출퇴근길의 한강다리를 건너는 느낌으로 교통체증이 심했다. 우버 기사님과 어딜 가나 교통체증은 똑같다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와이프님은 고단했는지 어느새 잠에 들어있었다. 나도 슬슬 잠이 와가고 있을 무렵 북적이는 분위기와 함께 기사님이 도착했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 내렸을 때에는 식당가가 즐비한 거리 같은 느낌이었다. 식당가를 가로질러 바다 쪽으로 향하니 모래와 풀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이 눈에 들어왔고 그 너머에는 건물하나 없이 맑은 하늘만 보이고 있었다. 너무 큰 기대를 가졌기 때문일까?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해변은 생각보다 우와라는 탄성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강원도의 어느 해변과 비슷한 느낌, 다만 그 배경이 외국인들과 시원한 의상이라는 것, 그리고 라이프 가드 타워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점. 색색깔의 라이프 가드 타워는 미드나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것이기에 신기했다. 해변을 걷다가 한적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지나가는 상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나라처럼 음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물담배도 같이 팔고 있었다는 점. 궁금하기도 했지만 와이프님도 옆에 있고, 아무거나 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얘기하며 와이프와의 수다타임을 가졌다. 물에도 푹 들어가고 싶었지만 개인 차량도 아니고 젖어서 타는 게 실례일 것 같아서 발만 담그고 해변을 즐겼다. 그리고 사실 물은 딱히 엄청나게 맑다거나 깨끗해 보이지 않아서 …
“그냥 물은 강릉 해변이랑 똑같은데?”
“그치?“
그렇지만 역시 휴양지의 느낌이랄까, 주위에는 아이가 있는 가족, 노부부, 친구들과 놀러 온 그룹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해변 휴양의 기준은 물놀이가 포커스인데 반하여 이들은 대부분 선탠, 여유로움이 주가 되는 느낌이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보며 구경하고 그렇게 해변가에서 약 한 시간 정도를 퐁당퐁당과 수다타임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허기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우버에서 내렸던 식당가로 향했다. 여기서는 정해 놓은 식당이 없었기에 걸어가다가 느낌 있어 보이는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선택하여 들어간 식당은 한국의 식당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스타 감성의 꽃과 네온사인이 인테리어 되어있는 라틴 식당이었다. 둘 다 하반신까지는 젖어있었기에 챙겨 왔던 수건을 의자에 깔고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막상 앉으니 와이프와 나 두 사람 모두 피로가 한방에 몰려왔고, 서둘러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