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만 버라이어티한 신행 루트 정하기(여행지 셀렉부터 예약까지)
2월의 어느 날, 우리 부부(그때는 예비였지만 지금은 부부)는 예식장 확정과 함께 제일 먼저 신행 여행지를 정하게 된다. 두둥. 전 여친 현 아내의 확고한 결심은 언제나 멕시코 칸쿤이었다. 칸쿤..??? 생소한 장소에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몇 번의 검색 후 흔쾌히 오케이를 날려주었다. 신행의 뉴메타(?)라고 하기엔 너무 올드할 수 있지만, 많은 신혼부부의 성지라고 유명해진 장소인 것이었다. 그렇게 멕시코로 확정을 하게 되고, 비행기표를 검색하던 도중, 직항은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의 항공편이 미국을 거쳐 멕시코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경유할 거면 미국에서 3-4일 정도 놀다 가도 되지 않겠어??라고 전 여친님에게 물어보며 미국의 여행지를 검색하던 도중, 막연한 로망이었던 호라시오 반장의 마이애미가 떠올랐다. 그리고 설득을 하기 시작했고, 칸쿤에 혹 하였던 나에 비하여 전 여친, 현 아내님은 마이애미에 의문을 가졌다. 그렇게 며칠을 설득하던 중, 회사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후 마이애미가 미국 부유층의 휴양지라는 소문을 접해들은 현 아내님은 그 말과 아내 주위 사람의 이런저런 긍정적인 조언을 듣고 나서 마이애미 경유를 승낙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일정은 마이애미 4박 5일, 칸쿤 5박 6일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비행기 표와 호텔 셀렉 전쟁, 애당초 우리는 가이드 없이 자유여행으로 하기로 하였기에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것을 우리가 스스로 처리해야만 했다. 예매 사이트를 몇 개를 켜놓고 비교해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전 여친님과 투닥투닥도 해가면서 하나둘 예약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비행기표 가격, 시간, 환승시간, 호텔 장소, 종류, 이동수단 등등 다 세세하게 얘기해 가면서 정했다. 신기한 것은 남들은 결혼준비하면서 최소 한두 번은 싸운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는 정말 일말의 거짓말도 없이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물론, 작은 언쟁? 토론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았기에 싸움이라고는 할 수 없지.)
그 와중에 칸쿤은 올 인클루시브라는 독특한 시스템(나에게만 신선한 것인가?)을 가지고 있었기에 리조트를 예약하면 식사부터 숙박까지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칸쿤의 수많은 올 인클루시브 중 TRS-Yucatan을 선택하게 되었고, 오히려 먼저 가는 마이애미의 숙소는 우리의 마이애미 일정이 뽈뽈 거리고 돌아다니기였기에 크게 중요치 않게 생각하고 뒷전으로 생각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마이애미 비치와 가까운 마이애미 인터콘티넨탈에 예약을 마친 후 지도를 켜놓고 주위를 둘러보며 가볼 곳들을 찾아보았다. 어쨌든 우리 신행의 메인은 칸쿤이었기에..! 칸쿤의 숙소를 검색하고 오.. 여기 하길 잘한 듯? 하면서도 사진빨에 속은 것이면 어쩌지 하며 소심한 성격을 내뿜고 있는 우리 부부였다.
주위사람들에게 결혼 얘기를 하게 되고 다들 궁금해한 것은 거의 비슷했다. 식장은 어디야? 신행은 어디로 가? 신혼집은? 이 세 가지가 거의 주된 질문이었다. 사실 멕시코행이라고 처음 얘기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거기 괜찮아?라고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멕시코의 치안문제를 염두에 둔 질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가는 곳은 휴양지니까 괜찮겠지. 공항에서 택시 타고 바로 이동하니까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대책 없는 무지로 안도하는 우리 부부였다. 질문에 항상 자신 있게 괜찮겠지! 우리는 바로 이동이라 시내도 안가.라고 말하며 위안 삼았으니까.
모든 예약이 끝나고 텅장을 가진 나와 와이프는 결혼준비에 매진했다.(이게 순서가 맞는 것인가?) 직종 특성상 주말에 많이 쉬지 못하는 나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와이프는 서로 시간을 맞춰가며 일 쉬는 날 결혼준비 하고, 일하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결혼식은 코앞으로 다가와있었다. 받아 놓은 날이라고 이렇게 빨리 다가오게 될 줄이야… 우리의 결혼은 23일 신행출발은 25일 하루의 여유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다가왔다. 좌석배정… 우리는 당연히 체크인되는 시점부터 좌석 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틀 전인 식 당일날 아침에 접속해서 체크인을 하려고 봤더니 이미 많은 좌석이 차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체크인이 이틀전일뿐 좌석배정은 오토로 최대 몇 개월 전부터 가능하다는….! 이걸 왜 우리 부부는 몰랐던 것인가! 이래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유리하다는 것인가 ㅠㅠ 아무튼 일단 지나간 문제는 지나간 것이고 우리는 장거리 비행을 서로 떨어져서 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사실 그것을 깨달은 23일 당일은 식 당일이었기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겪어보신 분들은 공감해 주시겠지?). 식 다음날인 24일 내내 우리는 페이지 새로고침을 하며 빈 좌석이 생기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짐을 싸면서 보고, 캐리어에 짐정리를 하면서 보고, 계속 새로고침을 하고 공항철도를 타야 하는 시간이 6시였기에 일찍 잠에 들자하면서 누워서 계속 새로고침을 하며 초조하게 신혼여행 비행기에서 떨어져 가야 하나 우울해하고 있었다. 아니, 한두 시간도 아니고 환승지까지 최소 14시간을 날아가야 하는데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떨어져서 가야 하다니, 너무 한 거 아니냐고!라고 생각하고 밤 12시가 돼서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와이프가 우악! 소리를 질렀다. 옆에 빈자리 생겼다! 포기하고 누워있던 나는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옮겨 어서! 그렇게 다행히도 우리는 첫 신혼여행을 비행기에서 같이 붙어서 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