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2일차) Wife님의 짜여진 각본에 따라서 우리의 여행은 마이애미의 뽈뽈뽈 스토리, 칸쿤의 늘어짐 스토리로 되어있다. 일단 마이애미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뽈뽈뽈 돌아다니는 계획이었기에 늦잠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일찍이 깨어나 아침의 마이애미 바다 전경을 통창으로 바라보며 잠시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놀고 있었다.
“시차는 무슨… 잘만 자는구먼..”
어제 밤새 창에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침의 하늘은 너무나 맑았다. 여유로움도 잠시 어젯밤 나기기로 했던 시간이 다가오면서 와이프를 조심히 깨웠다.
“일어나.. 조식 먹어야 해.”
그렇다. 평소 잠이 많은 와이프와 함께 여행을 가면 대부분 조식은 패스, 점심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약한 와이프 같으니. 세끼 중 한 끼를 포기하다니. 결혼생활동안 너를 강인하게 만들어주리)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다르다. 반드시 조식으로 시작하리! 와이프를 깨우고 나는 씻으러 갔다. 씻고 나오니 다행히 잠에서 깨어 스마트폰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 와이프.
“조식!”
“갈 거야!”
“오… 웬일이람”
그렇게 와이프가 씻고 나오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데 굳이 사온 신행룩을 고를 필요가 없었던 나는 먼저 식당이 있는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 나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호텔 밖의 테라스로 향했는데 절로 숨이 턱 막혔다. 고작 9시도 안 된 이 시간에 이렇게나 공기가 뜨겁고 습하다니… 맙소사. 잠시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로비로 들어왔을 때 맞은편에 엘베에서 내려 걸어오는 와이프가 보였다.
“여보, 큰일 났어… 날씨가… 우와”
그렇게 말하는 내 안경에는 습기가 차고 있었다. 습도와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 그리고 우리는 조식식당을 찾아갔…. 는데 식당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어제 분명 여기라고 설명해 줬는데 왜 아무도 없지? 피곤할 때 들어서 잘못 들었나? 다시 확인하기 위해 리셉션으로 향했고, 때마침 어제 우리와 다른 비행기를 탔던 캐리어도 생각나 함께 물어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조식 식당은 우리가 갔던 큰 홀에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뒤편에 따로 마련된 홀이 있어서 그곳에서 이용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우리는 카페테리아의 이름만 보고 찾아갔으나 그 뒤편이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했지. 그리고 우리의 짐은 다행히 잘 도착했으니 식사 후 찾아가라는 안내도 받았다. 걱정시키더니 잘 와있어서 다행이다! (생각보다 미국의 고객서비스도 괜찮은 듯?) 캐리어를 뒤로 하고 식당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식당에서 조식을 먹고 있었고, 안내데스크에서 금발의 직원 분이 우리에게 몇 호냐, 성이 뭐냐 확인을 했다.
“이 정도 대답은 나도 할 수 있어!”
“그래. 그래.”
기본적인 세팅이 다 되어있는 자리에 안내를 받아 앉자마자 서버분이 오셔서, 커피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둘 다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쿨하게 노땡큐 하고 물을 달라고 했다. 이상한 건 노땡큐라고 하자 한 번 더 커피를 물어봤다는 점.(왜 두 번 물어봤을까? 잘 못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물을 부탁하고 우리는 뷔페를 구경하러 움직였다. 역시 뷔페는 둘이 같이 출발해서 접시만 잡으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서로를 의식은 하지만 각자 먹고 싶은 것을 퍼서 다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해외의 음식은 짜다. 짰다. 예상을 하고 있던 바인지라 우리는 둘 다 밋밋하게 먹을 수 있는 빵종류를 가져와 함께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뒤늦게
“팁… 안 가져왔다.”
“헐…”
서울에서 출발 전에 환전 시 팁을 고려하려 1달러짜리 지폐를 가득 챙겨 온 우리였지만, 정작 팁을 줘야 할 때 팁을 안 챙겨서 왔다지.. 하하..
그렇게 우리는 내일 조식을 기약하자며 팁 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고, 안내데스크의 직원 분이 기쁘게 See you. 를 외쳐줬고 우리도 씨야! 하며 식당을 나왔다.
서둘러 오늘 입을 옷을 선정하고 오늘은 주로 걷는 일정이었기에 둘 다 편안한 복장으로 호텔을 나섰다.
날씨는 너무 더웠지만(진짜 딱 우리나라의 가장 더운 8월 중순의 후덥지근함, 습도와 똑같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해가 쨍쨍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무려 신혼여행이 아닌가! 손을 잡고 미리 찾아놓았던 마이애미의 디자인스트리트를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이애미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다들 산책하고, 개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청소부들 돌아다니고, 도로 공사하는 분들도 있고, 노부부도 손잡고 걸어 다니고~(당연한 얘기지만)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 곳을 이제 와이프가 된 사람과 함께 손잡고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였다.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고 타면서 버스 요금을 확인하고 달러를 내려하는데 기사분(여자분이었다)이 이야기하기를,
“ No change.”
헐… 우리는 10달러 지폐뿐이었고, 인당 5.3달러였던 버스비를 내야 하는데 거스름 돈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였다. 우왕좌왕 당황의 눈빛을 보내는 우리. 이미 출발해서 다음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기사님과 우리의 의도치 않은 눈싸움은 지속되었고, 기사님은 쿨하게 그냥 빨리 앉으라고 했다. (초행길인 동양인이 너무 티가나서 불쌍해 보였나!?)
“Thank you!”
라고 동시에 외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교통카드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현금은 그렇다 치지만 잔돈도 없다는 건 좀 당황스러웠다. 속으로는 우리도 돈 있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잔돈이 없어!라는 기사분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아서 조용히 버스에 앉았다. 손님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고, 버스의 크기도 서울 버스의 두 배 정도 길이였다.
“되게 크다”
“내가 빌렸어! 우리 타려고!”
돈도 안 내고 빌리기는….
버스에 탄 채 지나가는 주위의 환경도 너무 여유롭고, 미드에서 보면 풍경들이라 구경하다 보니 15분 정도 달리는 버스의 코스도 길지 않게 느껴져 목적지에 금방 도착했다. 다시 한번 기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는 목적지인 디자인 스트리트에 내렸다. 구글지도의 도움을 받아 스트리트를 찾아 이동했다. 정류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백화점 1층의 명품관들이 줄줄이 늘어서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드라마 배경 같은 곳에서 와이프의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몇 장을 찍어준 뒤, 기찻길을 건너, 거리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꽃’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었다. 뭔가 예상치 못한 국뽕(?)이 뿜어져 나오면서도, 검색을 해보고 나서 가격에 놀라 외부 사진만 찍고 아쉬움을 남겼던 식당. 조식을 먹고 온 우리는 제일 먼저 ‘디올’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지도를 찾아 도착했는데, 내가 본 건너편의 디올 카페가 눈에 들어오는데 와이프는 거기가 아니라면서 매장직원에게 물어보면 카페로 안내해 준다는 것이었다. 아니? 디올 카페가 길건너에 보이는데 매장 안에 카페가 따로 있다고!? 그렇게 와이프 손에 이끌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베를 타게 되었고, 도착한 곳에는 진짜 건물내부에 테라스를 카페로 만들어 놓은 장소가 있었다. 둘이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넋 놓고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넓지는 않은 장소였지만 정말… 미드에 나오는 금발의 언니들이 대략 열댓 명은 앉아서 커피와 빵 종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여보.. 여기 배경으로 여보사진 찍으면 그냥 드라마야..”
그랬다. 시원한 노출의상과 화려한 옷을 입은 금발의 언니들, 그리고 셔츠를 풀어헤친 형들의 배경이 그냥 해외 드라마 그 자체였다. 그 안에 동양인 두 명 한 스푼. 커피를 마시며 둘이 잠시 더위도 식히고 사진도 대략 한 백장 정도 찍고, (원래 이 정도 찍어드려야 맘에 드는 사진을 열 장 정도 건질 수 있다.) 핸섬한 흑인 형의 계산을 받고 카페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