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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고양이 Feb 21. 2022

독일, 돈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다

사람 그 자체로 존중받기 

돈 모으기는 글렀지만 그래도 좋은 점




필자는 독일에 10년 넘게 거주 중이며, 꽤 오래 산 탓에 독일이 마치 제 2의 조국처럼 편안하다. 하지만 다른 글들에서 언급했듯이 돈을 모으려면 독일은 "특히 싱글들에게" 장기적으로 결코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부자가 되기는 거의 포기하며 살아야 하지만 독일은 회사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장소다. 왜 그럴까? 


독일에서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매우 잘 잡혀있다. 독일은 연간 보통 26일에서 30일 간의 개인 휴가가 기본이고 이 휴가는 대부분 누구의 눈치보지않고 얼마든지 장기간 쓸 수 있다. 법정 공휴일이 대략 10일 정도라면 합쳐서 1년에 40일 정도의 휴가를 누릴 수 있다. 주말과 적절히 사용한다면 최대 두 달의 휴가가 가능하다. 





나는 독일 회사원으로 매년 보통 최소 3주에서 최대 5주 간의 긴 휴가를 보낸다. 한국에 있을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너는 무슨 휴가를 그렇게 길게 있느냐고 묻는다. 특히 독일의 겨울은 길고 길어서 이 시기에 동남아 휴가를 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12월~1월의 동남아 날씨는 27-29도로 한국의 여름 날씨다.   


보통 독일인들은 가까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휴가를 선호하지만 동양인인 나는 유럽에 오래 살면 살수록 유럽여행은 가기가 싫다. 스페인만해도 이미 매우 여러 번 다녀온데다 한 달 넘게 체류한 경험도 있어서 더 특별하지가 않다. 이탈리아도 의도치않게 이번 겨울에 너무 장기 체류를 해서 더더욱 다시 가고싶지가 않다. 


내 경우 가족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들러서 가족 및 친척들도 만나고 오랜 친구들도 만나고 한국에서 쇼핑도 많이하고 하는 쪽이 훨씬 휴가를 보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2021년 연말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좌) / 프로슈테리아에서 아페리티보(우)


긴 휴가 외에도 (물론 업계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업무 강도 및 스트레스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게다가 퇴근시간이 늦어도 오후 6시기 때문에 개인 시간이 매우 많다. 


요즘 주 40시간도 많다고 하는 추세라 몇몇 회사들은 주 35시간이나 37.5시간도 많이 제공하며, 점심시간의 경우 개인이 알아서 먹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안쓰거나 빨리 먹고 남은 시간을 빨리 일하고 더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보통 9시에 출근했다고 하면 점심시간을 스킵하고 오후 5시 퇴근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매일매일 꼭 8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오늘 더하고 내일 덜하고도 가능하다. 목요일에 조금 더 오래 일하면 금요일 오후 3시 퇴근도 가능한 것이 독일이다. 


사실 이것보다 더 좋은 점은 바로 자율 출퇴근이다. 독일의 경우 홈오피스가 잘 정착되어 굳이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되고, 출퇴근 시간도 고정된 곳이 없는 곳이 많다. 딱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보니 출퇴근 시간은 내가 정한다. 


20대 때는 저녁 늦게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서 다음날 12시에 출근한 적도 꽤 있었다. 그럼 그냥 회사에 내가 알아서 더 늦게 일하다가 돌아가면 된다. 너무 피곤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미팅에 참석해도 된다. 




나를 존중해주는 회사 



독일 대학교 및 회사를 다니며 여러 번 느낀 점인데, 독일은 나를 사람으로서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나의 첫 직장은 내 의사를 적극 반영해서 출장지를 옮겨 주었고, 내가 원하는 근무를 최대한 할 수 있도록 고려해주었다. 출퇴근 중에 한번은 자동차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2주가 넘는 기간동안 나는 걱정없이 쉴 수 있었고 내 팀과 회사 동료들 그리고 상사는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다. 


내가 대학교와 회사에서 느꼈던 너무나 따뜻했던 독일의 다정함이 아마도 나를 독일에서 오래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그림 출처: https://www.i-boss.co.kr/ab-1486505-28243)



회사에서 만났던 내 상사들은 너무나 멋지고 롤 모델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책임을 지고 수행하는 모습이며, 업무와 관련된 조언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여러 사람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떠맡기기는커녕 모든 직원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싶어하는 분위기였고, 상사들은 책임감이 더 컸으면 컸지 부하직원이 더 일하는 경우는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없었다.


게다가 힘들거나 수고스러웠던 근무 및 이동시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보상도 확실한 편이었으니 나는 솔직히 직장생활에 대해 불만보다는 만족함이 매우 컸다. (그랬던 내가 왜 퇴사를 했는가에 대해서도 추후에 작성할 생각이다.) 


근무 시간은 사실 대체로 매우 편안한 시간이었고 팀원들 간에도 매우 친하게 잘 지냈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 많았다. 전 직장 동료들과는 퇴사를 하고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대학교를 마치고 바로 취업을 했던 첫 직장이라서 유난히 더 정이 갔던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고,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질책보다는 따뜻한 조언을 먼저 건네줬던 상사들의 모습에 더 인간다움과 정을 많이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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