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AI와 만났을 때 ①』
[ 안녕하세요~ 이 글은 <얼룩소>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연금술은 근대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과학과 철학'이 결합된 독특한 기술적(?) 시도였다.
간단히 말하면, 값싼 금속인 납을 이리저리 손봐서 일부 성질을 바꾸면 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성질을 바꾸면 다른 물질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금과 같은 (겁나)귀한 물질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깊이 투영된 기술이기도 했다.
시간이 한참 흘러, 과학의 발전으로 특정한 원소와 특정한 에너지를 결합하면 금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렇게 금을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그냥 사는 게 싸다'는 현명한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교육부 블로그 참고)
서론이 길었다.
최근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친환경 첨단 소재 개발에 나서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신약이 18개월 만에 가능해진 것처럼 첨단 소재 개발에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인공지능에 여러가지 화학 공식(텍스트)과 이미지 등을 쏟아넣었더니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들은 21세기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24-022-00765-z
#. 백신이 성공했다. 재료도 가능하다.
탄소 포집, 기후 예측, 빌딩 에너지 소비 절약 등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삶의 곳곳에 들어와있다. 하지만 지구를 탈탄소화하는 데 필요한 많은 소재에 대한 기술은 아직이다. 새로운 첨단 소재가 발견돼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이미 '1.5도 달성'도 어려워보이는 현재 시점에서 너무나 느리고 먼 얘기다.
그래서일까. <블룸버그>는 런던에 소재한 스타트업 'Orbital Materials'를 주목한다. 제너레이티브 AI를 적용해, 지속가능한 제트 연료나 희토류 광물이 필요 없는 배터리와 같은 제품 생산에 가장 적합한 공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Orbital Materials의 공동 창립자 조나단 고드윈은 엔지니어들이 비행기 날개 혹은 가정용 가구 등을 모델링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만큼 쉽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분자 과학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ChatGPT는 텍스트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 다음 문장을 예측하는 데 능숙하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화학'에 적용해 새로운 분자가 어떻게 작동할지(how a new molecule would behave) 예측하고자 한다.
#. 첨단 소재 개발에만 수 십년...단축시키자.
고드윈은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구글 AI 연구소인 딥마인드에서 3년 동안 첨단 소재 발견을 연구했다. 이 연구소는 신약과 백신의 검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AlphaFold)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18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면서 AI가 머지않아 물질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Orbital Materials는 재료의 분자 구조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론적으로 이 접근 방식은 새로운 분자를 상상하고 그 분자가 어떻게 작동할지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우 높은 열에 견딜 수 있는 합금'과 같이 원하는 특성과 재료를 입력하면 모델이 분자 공식을 뱉어낸다고 한다. (물론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초기 자금(undisclosed initial funding)으로 480만 달러를 모금했다.
(* 다만, MIT 고메즈-봄바렐리 교수는 배터리 및 연료 생산과 같은 분야에서 첨단 소재를 만들려면 기존 거대 기업과 복잡한 공급망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세상에 없던 '파티션'도 탄생
현재 많은 기술 투자자들이 친환경 소재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소매업체는 제품에 지속 가능한 소재를 찾고 물류 회사는 엔진 효율성, 유지보수 비용을 기반으로 차량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부터 유지/보수 그리고 폐기까지 전 과정이 탄소 배출 즉 곧 비용으로 연결된다.
<에어버스>는 <오토데스크>의 인공지능 기반 설계 기술인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사용해 비행기 내 파티션에 대한 수천 개의 대체 디자인을 개발했다. 에어버스는 2016년 3월 이 세상에 없던 '바이오닉 파티션'을 공개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은 생명체에서 볼 수 있는 유기 세포 구조와 뼈의 성장을 모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도움을 받은 새로운 파티션은 기존 파티션과 비교했을 때 재료, 무게(45%, 약 30kg), 부피의 상당 부분을 줄였고 구조적으로 매우 견고했다. 사측은 이 디자인을 적용하면 연간 약 5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자동차 10만 대를 1년 동안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