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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Sep 25. 2023

[게임체인저, 수소]①수소 생태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국가경제, 사회, 국민생활에 직결

국내 수소 계획, 생산 아닌 ‘활용’에만 초점

속도보다 방향… ‘수소 로드맵' 재검토해야

수전해 기술 등 정부-기업 투자 대폭 확대 필요

재생에너지 확대로 '그린수소' 기반 마련해야 



땅을 팠더니 동식물의 유해가 수 만년 동안 이리저리 변형돼 기다리고 있었다. 화석연료다. '검은 진주'로 불리며 인류에게 무한한 성장을 가져다줄 선물로 여겼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본격적으로(다른 말로, 마구) 쓰다보니 지구가 뜨거워지고 망가졌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사람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앗아가고 나의 건강, 재산, 그리고 일상을 위협한다. 자동차가 물에 떠내려가고 집이 홍수에 잠기고, 폭염으로 집에 ‘갇히는’ 날들도 늘어난다. 전세계 곳곳에 수 백년 혹은 그 이상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던 역사적 장소들도 하나씩 자취를 감춰간다.
화석연료와의 절연은 필연이다.

인류는 다른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가 그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NZE, Net Zero Emission)에서 8가지 핵심기술을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전기화, 효율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 (CCUS), 생활방식 변화, 원자력과 연료전환 그리고 '수소'다. 자연이 준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라면, 수소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2022년 6월 빌 게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GatesNotes)를 통해 수소(hydrogen)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탄소 배출 감소 ▲기후위기 ▲에너지 안보 ▲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등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소를 주목한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장점으로 인해 ‘에너지계 슈퍼스타’, ’탈탄소계의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fe of decarbonization)'에 비유되기도 한다. 탄소 중립 시대에 획기적인 대안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역력히 뭍어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순제로 배출 시나리오’에서 향후 수소의 감축 기여도가 2030년 5%, 2050년 11%로 예측했다. 실제 세계 주요국들도 수소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학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는) 주기율표의 가장 첫 번째 화학 원소 ‘수소’에 전세계가 이렇게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인간이 가진 기술(수전해)로 생산이 가능하며 저장, 운송,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례는 ‘넥쏘(현대자동차)’같은 수소차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 경제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2021년 시행)을 제정했다. 유럽연합은 ‘EU 수소 전략(EU Hydrogen Strategy, 2020.7)’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 조정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수소 생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시그니처법’이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수소 산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지난 6월 미 에너지부(DOE)는 청정수소의 광범위한 생산·처리·운송·저장·사용 촉진을 위한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U.S. National Clean Hydrogen Strategy and Roadmap)’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도 이미 2017년 ‘수소 기본 전략’을 발표하며 정책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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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느냐, 화석연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소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깨끗한 ‘그린’ 수소부터 화석연료 만큼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레이’ 수소까지 다양하다. 국가별로 '청정' 개념이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그린/블루 등을 청정 수소로 분류한다. 

-그린 수소 :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수전해를 통해 생산하는 가장 깨끗하고 이상적인 수소.

-블루 수소 :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생산. 탄소 농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탄소를 배출한다. 

-핑크 수소: 원전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 탄소 발생량 자체는 적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능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레이 수소 :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이 그레이 수소다.  탄소 배출을 아주 많이 해서 탄소중립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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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의 경우 ‘수소경제법’을 제정한 최초의 국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과 목표 설정이 제대로 돼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내용이 충실한지(장기 로드맵) ▲목표는 적정한지(기술력, 경제성) ▲방향 설정은 적절한지(생산-저장-활용 각 3개 측면)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대략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청정 수소(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 ‘생산'에 대한 대책없이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겠다는 계획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의 수소경제법은 수입한 수소를 잘 ‘활용’한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오일쇼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석유,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마저도 ‘수입하겠다는 계획’은 계획이라고 보기 힘들다.
학생에게 성적 올린 계획을 세우라고 했더니 '과외 선생을 잘 고르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2> 장기적으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블루 수소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 수소’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없다보니 그린 수소 미래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얘기가 되고 있다. 돌고 돌아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가 기후 중립을 더욱 먼 미래로 만들고 있다. 

3> 수전해 등은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즉 국내 R&D 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도 ‘외국에서 사다 쓰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에너지기술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알카라인 전해조, 수소 충전기, 수소 액화기, 수소 고압저장설비 등 모든 기술이 해외 라이선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 식민지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도(Self-Sufficiency)’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7월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경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에너지 수입 의존도’(Energy Dependence on Import)는 연평균 96.4%이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1차 에너지(자연에서 직접 획득하는 에너지량. 화석연료는 물론 태양과 풍력, 원자력 등 포함) 공급 가운데 수입 에너지의 비중을 나타낸다. “거의 100% 수입”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 2023.7


‘화석연료 이후의 세계’는 무탄소라는 기본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기술과 시스템, 제도가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결국은 재생에너지가 관건”이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에서 그린 수소가 가능하며, 수전해 기술을 향상시켜 자체 생산력을 갖출 때 에너지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블루수소와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들도 기술 여건상 그린수소보다 블루수소의 비율이 더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당장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블루수소를 생산-저장-운송-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지만 그린 수소로 빠르게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수소업계에서는 2050년 이후에도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비율이 각각 30%, 70%가량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연이 무료 제공해주는 태양, 바람, 물 등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해서 그린수소 비중을 늘리고, 동시에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 경제 부담/ 대외 위험 노출도 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4차례에 걸쳐 수소 경제란 무엇인지, 주요 국가들은 수소 산업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본다.


https://alook.so/posts/8Wt7m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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