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샛별 Jul 28. 2023

2. 수도원

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나?

집을 수도원처럼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거룩하고 불편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


쇼파와 티브이를 방에 다 때려 넣고, 거실엔 테이블만 덩그러니 남길 것이다.

그 방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이 열대야에 그곳에 들어가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고, 나는 이 점을 기대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방이라,

쇼파에 한가로이 누워 티브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봄과 가을뿐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그곳에 모두 넣어버리고, 나는 최소한의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집이 꼭 편안해야만 하는 것일까?

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은,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집을 작업실 겸용으로 쓰고 있다.

몇 개월간 힘써온 작업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부로 인정하기로 했다.

공모전에 내고서 계속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게 나의 최선이었나?

내 작품임에도 다시 펼쳐볼 자신이 없다.


내가 굳이 뛰어들지 않더라도, 이 분야에선 이미 훌륭한 결과물이 많고,

그럼에도 이 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를 이제는 모르겠다.

어쩌면 예전에는 그 이유만큼은 분명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게 다 쇼파와 티브이와 핸드폰 때문이다.

이것들이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편안하게 누워서 낄낄대는 동안 모든 문제를 회피하도록…


그래서 집을 불편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이곳이 내게 수련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집은 앞으로 내게 실험 공간이고, 나는 실험 대상이 된다.

불편한 집이 사람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고하도록 한다.



작가의 이전글 1. 새벽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