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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Feb 21. 2022

<메리대구 공방전>의 히어로, 강대구를 존경하다!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1화 

페이퍼 작성 : 2007년 6월 4일             시간적 배경 : <메리대구 공방전>이 방송된 5월 16일부터 현재까지



  요즘 수목드라마는 SBS의 <쩐의 전쟁>이 30%라는 압도적인 시청률로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그런데 난 이런 화제작 대신에 고작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메리대구 공방전>을 즐겨본다. 시청률은 낮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마니아 드라마라서 그런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매회 재미난 에피소드만 남발하고 딱히 굵직한 스토리 없이 흘러가는 터라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쩐의 전쟁>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메리대구 공방전>을 고수한다. 


* <쩐의 전쟁(SBS)>에 묻힌 비운의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MBC)>

 

  그럼 왜 보느냐? 드라마의 주인공 ‘대구’와 ‘메리’에서 나와 주변 지인들의 이미지가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감은 살아있는 드라마라고 여긴다. 현재 나는 왠지 대구같고(그래도 지현우 같은 백수면 차라리 낫겠다. 난 얼굴마저 지현우를 못 따라간다) 악담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여자동기나 후배들이 미래계획 잘 세우지 못하고 졸업하면 역시나 집에서 구박받고 밖에선 친구들에게 무시 받는 메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 주인공은 정신을 못 차리고 대구는 무협작가, 메리는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 나와 여자동기들도 현재 메리나 대구처럼 살면서, 또는 그들처럼 쉽게 이룩하기 힘든 꿈을 품으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대구를 존경한다. 그는 법대생의 길을 포기하고 대신 작가의 길을 걸은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거나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메리도 씩씩하고 사랑스런 여성이다. 친구처럼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속물적인 생각보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답게 자신의 능력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어 자아실현과 입신양명의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메리대구 공방전>의 시청률은 계속 바닥을 치겠지만 난 현실감 있는 그들의 에피소드를 지켜보며 응원해 줄 것이다. 

  어차피 나도 강대구야! 그래도 강대구, 황메리 너희들은 좋겠다. 어차피 드라마 작가님께서 해피엔딩을 안겨 줄 거 아니야. 내 인생을 집필하시는 드라마 작가님은 도대체 언제쯤에 날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주실 건지? 난 지금 드라마 몇 부를 찍고 있는 건지? 설마 새드 엔딩은 아니겠지?  

        



(에필로그)     


  난 그나마 현재 내가 작가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이유가 결코 필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필력이 좋으신 분들은 동국대 문창과 선후배들 중에서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불행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행복하면 그만이지) 이들과 달리 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구력 때문이 아닐까 여긴다. 

  나도 이만 글을 쓰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 적이 많았지만 여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연봉 높고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내가 계속 글 쓰는 걸 고집했을까? 나를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가졌다면 내가 이들을 외면하고 전혀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까?


  무언가 부족하고 또 무언가 결핍되었기에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난 그러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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