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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Feb 19. 2022

매일 한 명씩 느는 독자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0화

페이퍼 작성 : 2006년 4월 4일                                    시간적 배경 : 2006년 4월 1



  ‘시나리오마켓’은 영진위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이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이곳에 올리면 여러 영화 제작사나 관계자가 이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제작하기를 희망하는 시나리오를 발견하면 희망하면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일종의 시나리오 시장과 같은 곳이다. 이번 주 일요일에 난 이곳에 나의 시나리오를 올렸다.


* 2006년 당시에는 홈페이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이것보다 조금 더 촌스러웠다.  


  일종의 호기심이 작용한 탓이 컸다. 예전에도 이곳의 존재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내 시나리오는 당당히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알아주기를 바랐다. 시나리오마켓에 작품을 올린다는 건 마치 내 시나리오를 물건이나 상품으로 비하시킨다는 기분이 들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주 일요일에는 갑자기 이곳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증폭되면서 어떠한 방식과 절차로 사이트가 운영되는지 알고 싶은 욕구로 인해 과감히 내 작품 하나를 상품으로 만드는 결단을 내렸다. 

  시나리오마켓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람했는지 카운트해주는 기능이 있었다. 무심하려고 해도 열람자의 카운트가 매일 업데이트되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인기의 척도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열람자는 고작 네 명이었다.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한 명 정도만이 내 작품을 훑어보고 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기획의도랑 줄거리를 너무 허접하게 적었나? 한 줄 카피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문장으로 적었어야 했는데.’


  카운트 수를 볼 때마다 갖은 아쉬움과 푸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나리오마켓에는 현재 약 900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등록시켰다. 이 땅에 이렇게 많은 예비 시나리오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들이 쓴 시니리오의 전문과 기획의도, 줄거리 등을 볼 때 나보다 훌륭하고 뛰어나신 분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래도 이런 분들과의 경쟁을 뚫고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팔리든 뽑히든지 했으면 좋겠다는 속된 바람은 간절하다. 그러지 못하면 내 시나리오는 그저 컴퓨터 하드용량만 잡아먹는 쓰레기파일에 불과하니까. ‘디스크 정리’를 통해 지울 수도 없고…….    




(에필로그)     


  매년 동아일보와 한경신춘문예에는 시나리오를 응모한다. 이미 신춘문예 2관왕인 나는 더는 신춘문예에 미련이 없을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내게 등단의 영광을 안겨준 동화와 장편소설 부문은 내 전공이 아니었다. 전공인 시나리오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올리고자 위에서 언급한 두 신문사의 신춘문예(왜냐면 이곳만 시나리오 부문을 접수받는다)에 줄기차게 문을 두들기는 것이다. 

  2004년과 2005년도 동아일보에서는 최종심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무렵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심사위원 중 한 분은 이정향 감독님이셨는데 난 그 분의 성향에 맞는다고 여기는 작품들로 집필해 응모했다. 그 점이 작용해 최종심까지 오른 건지는 미지수인데 어쨌든 그 분을 사로잡을 결정적 한 방이 내 시나리오에 없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 이제 신춘문예 중에서 시나리오 부문이 남아있는 신문사는 <동아일보>가 유일하다. 물론 지방의 다른 신문사도 있기는 하지만 희곡과 같이 모집하고 대부분 희곡이 당선된다.

 

  최근에는 장편소설 집필에 더 집중하느라 신작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나리오에서도 등단이든 공모전 수상이든 남들이 인정받을 만한 실적을 거두겠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다. 

왜냐면 실은 내 전공은 정말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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