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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Feb 17. 2022

자매 일기2: 동생의 일기를 소개합니다

제 동생은 글을 참 맛깔나게 씁니다

동생이 일기를 써봤다면서 저한테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글을 너무 잘써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양해를 받고 브런치에 올립니다ㅎㅎ 저의 말은 파란 색으로 남기겠습니다


2022.02.15


오늘은 카페에 갔다. 아침부터 엄마, 아빠가 나가서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장어구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엄마는 내 입에 계속 넣어줬다. 남기면 안될 것 같아서 열심히 먹었는데 결국 몇점은 후라이팬에 남겨졌다.


고전 뭐시기 인문 고전강의를 군주론 편까지 읽었다. 읽는 데 베고 누울 게 없어 폼롤러를 베고 누웠는데 불편해서 계속 뒤척거려야했다. 언니는 별걸가지고 트집을 잡았다. * 사람 기분나쁘게 하는 건 사실 엄마보다 언니가 더하다. 군주론이 몇장정도 남았을때쯤 너무 지루했다. 근데 언니를 눌러주고 싶어서 꾹 참고 읽었다. 집중이 안돼서 같은 부분을 몇번이나 읽었는지.(아침부터 책 읽는 습관을 동생이 들이면 좋을 것 같아 신곡이랑 군주론 파트는 읽으라고 했는데 계속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더군요 동생의 일기를 보니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집중을 잘한다 했더니 저를 눌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나봅니다)


카페 가서 배고플까봐 과자를 하나 사려했다. 쫄병과 오레오 사이에서 고민했었는데 결국 포만감 높은 오레오를 골랐다. 쫄병을 선택했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우롱차 캔이 눈길을 이끌었다. 차를 돈주고 사면 언니한테 혼날까봐 그냥 나왔다. 길을 가는데 가는 김에 목마를테니 제티라도 하나 살껄..하고 후회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케이크와 오레오. 겁나 목 맥혔다. 아무튼 가던 길에 붕어빵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투썸에 도착했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진열된 조각케이크는 몇종류 되지 않았고, 딸기 생크림 피스는 가격도 안나와있어 추가금이 얼만지도 몰랐다. 심지어 케이크 메뉴판도 없어서 몇번이나 갈팡질팡했는데 점원이 눈으로 욕하는 것 같았다. 결국 무난한 헤이즐넛 케이크를 골랐다.


실수였다. 전혀 무난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헤이즐넛 머시기는 절망적으로 맛이 없었는데 처음엔 그럭저럭이었다가 갈수록 토할 것 같은 맛이었다. 짜증나서 케이크를 포크로 뭉게버렸다. 접시 씻을 때 힘들겠지ㅎ


카페에서 자리는 아늑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노래소리가 심하게 컸다. 아빠한테서 전화가 와서 좀 짜증났는데 언니였다. 맛있는거 해줄테니까 집에 와라고 언니가 말했다. 바보같은 난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미안하다 동생아 할 말이 없다)


카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음악소리가 정말 컸는데 어느 정도냐면 이어폰을 끼고 음량을 높여 강의를 들어도 미국 가수의 발음이 귀에 쏙쏙 박혔다. 물론 해석했다는 건 아니다.(아마 단어를 모를 것이다)


아무튼 노랫소리 말고 말 소리는 꽤 조용하다 싶었는데 곧 사람들이 들어왔고, 곁눈질하면 보일 정도의 거리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의 말이 들렸다. 아들, 엄마, 아들의 외삼촌인 것 같았는데 아들은 아무말도 안했고 엄마와 외삼촌이 재산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막장드라마를 참 좋아했죠)


여자 쪽이 목소리가 큰 건 아닌데(작은 것도 아니었다) 조곤 조곤 상대를 압박하니 외삼촌이 어...어..어어하는 게 재밌었다. 관심을 가진 건 남의 집 재산 분배가 재밌어 보여서 이기도 하지만 그게 첫번째 이유는 아니다. 여자쪽 목소리가 중학교 선생님과 아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쩍 보니 아니었다.


쓰고 싶은게 많지만 수학 공부를 해야하니 이만 끝내겠다.


-이상 고1 올라가는 동생의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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