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워치 Feb 12. 2023

딸아이의 스케이트 수업시간을 함께한 날들

나는 느려도 꾸준히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첫째 딸아이는 피겨스케이트 수업을 다닌다.

일주일에 한번 뿐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다니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평일에 수업을 데려갈 수는 없지만 가끔 주말에 보충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데려가서 같이 스케이트도 타고 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였다.


최근 이직을 하면서 얻게된 한달이 넘는 휴가 기간동안에는 매주 피켜스케이트 수업을 내가 데려다주고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처음 스케이트를 탄 옛 기억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5,6학년 때였다. 그 때만 해도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절대 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학이었을까? 어느날 어머니와 이모와 함께 어느 스케이트장을 가게 되었다. 아마도 큰 맘 먹고 데려갔을 것 같다. 처음 탄 스케이트는 나에게는 매우 낯설기만 했다. 롤러 스케이트는 잘탔었는데 아이스 스케이트는 날이 날카로워 중심잡기도 어려워 간신히 벽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날 나는 벽을 잡고 몇바퀴 돌다가 결국에는 못타겠다고 때를 써서 금방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큰맘 먹고 아이스 스케이트장에 데려가셨던 어머니는 매우 속상하셨을 것이다.


만 6세에 불과한 딸아이는 기특하게도 꾸준히 피겨 스케이트 수업을 다니고 있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실력이 매우 더디게 늘고 있다. 한발로 타고, 뒤로 타고, 스핀을 하고, 그러면서 하루에도 열번은 얼음판에 넘어진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날,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의 나는 쉽게 포기했는데 운동신경도 좋지 못한 딸아이가 넘어지면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열심히 노력해보는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딸아이를 보면서 내가 쉽게 포기했었던 그날의 기억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곧 이직한 회사로 출근하기 때문에 당분간 자주 수업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자동차로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맞추어 가고, 스케이트 장비를 챙겨주어야 하는 귀찮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왜 아쉬운 기분이 드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모두 어느날 갑자기 운동이든 공부든 실력이 갑자기 늘 수는 없다.

유전적이든 어떤 이유든 운동이든 공부든 척척 하기만 하면 금새 느는 사람도 주변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들은 그렇지는 못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그게 정상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꾸준히 1년, 2년, 몇년씩을 하다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어느정도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어른이된 나는 어리석게도 그런 사실을 10년이 넘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의 나의 새로운 회사 생활에서도 갑자기 큰 성공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매순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일들을 처리한다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몇년뒤 어느날에는

"아, 그래도 내가 이제는 어느정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날이 오겠지 싶다.


딸아이의 스케이트 수업을 한달 넘게 함께하고 지켜보면서 기본적인 삶의 이치를 다시 깨닫게 된 날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는 내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