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마일리지가 200Km는 되어야 여유 있게 들어옵니다. 허허~"라는 말을 듣고 내심 조바심이 들었다.
나는 비록 3,4년 넘게 뛰어온 러너였지만 매일같이 뛰지 는 못하기 때문에 평소에 한 달에 100Km 정도나 뛰어야 많은 편이었다. 이것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걸어서 완주한다는 사실은 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계획표를 짜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누군가 나같이 혼자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서 장기적인 훈련 계획표를 공유해 두었다. 구세주였다. 나름 날짜를 동아마라톤 일정에 맞추어 수정해 두고 차근차근 훈련표에 맞게 며칠간 뛰어보니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갑자기 감기에 걸리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다음날부터는 목과 코가 아프기 시작했다. 바로 병원을 가보니 코가 심하게 부었다면서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조급해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감기는 쉽게 낫질 않았다. 작년부터 나이가 40이 넘어가니 일주일 만에는 감기가 낫질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갑자기 기적같이 빨리 낫지 않을 것이 뻔하다.
생각해 보니 추우면 옷을 따듯하게 입었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얇은 옷 입고 출퇴근한 것이 실수였던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하다고 자기 전에 제대로 안 씻어서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아파도 몇 킬로라도 뛰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우선은 좀 쉬기로 하였다. 아직은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갈길이 먼데 조바심 내지 말고 길이 아직 남았으니 여유 있게 다시 정비해 보는 것이다.
그 시간은 그저 쉬면서 낭비하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회복했을 때 더 열심히 달릴 날을 위해서 밥도 잘 먹어두고, 계획도 꼼꼼히 다시 정리해 보고, 또 운동복이나 더 미리 챙겨둘 것은 없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언제나 아프고 힘든 순간은 찾아온다
예전 회사에서 한창 일할 때였다. 그때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열정도 가득 차서 쉬지 않고 일했다. 성과도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결국 그러다 어느 날 집에서 쓰러져 응급실행을 하게 되었다.
피곤하고 아프면 쉬면서 재충전이나 일할 때는 하지 못하는 것들(예를 들면 병원을 가보거나, 집안에 처리할 일을 미리 해결해 두는 것들)을 해두면 좋을 것이란 것을 젊어서 알지 못했다.
마일리지 200킬로라고?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번주에 무리해서 뛰어봤자 컨디션도 안 좋아서 마일리지에 별로 도움도 안 될 것이다. 차라리 이번 주말까지는 달리기는 쉬면서 앞으로 더 잘해야 할 시간을 위해 겨울 운동복도 정리해 보고 아침 일정도 다시 계획해 보면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 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