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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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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 여름밤 아카시아 May 24. 2023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삶이 내게 요구하는 자세

하루종일 햇빛을 쐬었다. 그것은 거룩한 나의 하루 일과였다. 1년 동안 살아온 동네였지만 잘 모르는 곳이 많았고 나는 반려견 꿈이 와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나는 그중에서도 숲을 좋아했고 숲의 범위는 상관없었다. 범위보다는 숲이 내뿜는 아우라였으니까.

버려진 땅처럼 보여도 그곳에 나무가 있다면, 그래서 죽어있는 숲이 아니라 살아있는 숲이라면 

나비가 날아다니고 햇빛이 들어서는 곳에 신비로운 영적기운이 있다면 나는 그 숲에 대해 이끌리듯. 꿈이와 함께 그 신성한 힘을 느끼려고 발을 내디뎠다. 

이런 땅은 나무가 정말 아름다워 내가 샀을 것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탄해하곤 했다. 

사람들은 오후 4시에 대개 날씨에 따라 행동하겠지만 정원을 다듬는 일을 한다거나 세차를 한다거나 

펜션이 많은 마을인 동네의 소리는 청소기 돌리는 소리와 주인네의 바쁜 손으로 야외테이블을 닦고 사락사락 지나다니는 발걸음소리가 그들의 작은 정원에 바람처럼 떠돌았다. 

이상하게도 꿈이와 함께 돌아다니면 나의 모험심은 배가 되어 신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나는 각각의 집의 모양과 터를 구경하며 장단점을 머릿속에서 끌어내곤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담하게 빛이 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이겠지만 유독 빛이 나는 곳이 있다.

그것이 정물 속에서든. 결코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에서든 말이야.


자취라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이 거기 없어도 그 사람에 대한 자취와 습관을 품은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동네와 동네를 잊는 길목사이에서 열려 있었다. 마치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을 책상에 쌓아두고 계속 궁금해하는 것처럼 집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곧 살아있는 풍경을 만들고 그 예사롭지 않은 힘들은 자연과 맞물려 유일하고 볼 수 없었던 그 집만의 독특한 정서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분명 개성이겠고 나는 마을을 만들고 있는 개성하나하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일에 무엇을 하느냐는 말에 나는 쉽게 경계를 지어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을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그것뿐이므로 내가 가진 자연적인 취미 속에 경계를 짓고 있는 것 같았서 나는 아무도 모르는 취미를 나 혼자 기억하고 싶었다.

캠핑의자에 앉아 하루종일 햇빛아래 몸을 드러내고 빛에 따라 떠도는 시선을 즐기고 모든 것이 민들레씨처럼 날아갔다 다시 돌아오는 작은 정원의 소리들을 느리게 들었다. 기분 좋은 정적 속에 느린 달팽이 걸음을 듣는 것처럼 늘 정적 속의 여백을 남겨두려는 시선이 그 어떤 개인적인 일에 훼방되지 않았다. 

 본질을 느끼고 감각화한다는 것은 자연 속에 나만의 집을 짓는 일이었다. 

그 어떤 시간을 염려할 새 없이 시간의 배를 탄 채 느리게 유영하는 한낮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계절

선선하게 불어오는 듯한 바람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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