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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 여름밤 아카시아 Nov 01. 2024

낮과 밤사이 이루어지는 세계

밤 사이의 서정 속에는 큰 공간이 있다. 너무나 큰 공간들은 낮의 소음이 사라진 곳에 새로운 세계를 펼쳐 놓는다. 인적 끊긴 밤거리의 생경한 적막을 걷다 보면 온통 외부로 쏟아졌던 마음의 시선이 존재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나의 몸이 투정하고 싶은 소리와, 불안한 마음의 물결과 약간은 설레는 마음의 고독이 버무려져 낮에는 없는 심리적 공간이 열린다. 그런 원시적인 낯섬의 부딪침 속에는 갈길 잃은 존재의 자유분방함이  뛰놀고 싶어 한다. 어둠이라는 잘 보이지 않는 한계는 그 한계로 인해서 더 넓은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불 꺼진 거리에 한 발자국 나아갈 때마다. 낮의 세계 속에는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던 둔해진 감각들이 불을 켠다. 


모든 이전과는 다른 변모되려는 삶들은 낮과 밤이라는 그 중간의 마음의 공간 안에서 낮에는 보이지 않는 상상의 힘으로 위안을 얻는다. 작아진 상상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나아가도 되는 지평을 얻기까지는 낮동안의 정체성을 벗어난 또 다른 자아를 향한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처마밑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밤중에 낮의 한쪽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모든 인간 안의 부분들이 벗겨져 나오는 시간, 어떤 보이지 않던 일들이 마음에 스치는 고요 안의 동작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밤의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이 사이 어딘가, 전에는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고 밤 속의 단정한 고요를 빨아들인 의식이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할 때에 영혼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상상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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