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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 여름밤 아카시아 Nov 03. 2024

가벼움의 말이 뜨거워지는 순간

 귀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내 안의 가치있는 어떤 것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경험이다. 위축된 영혼의 자세를 일으키고  다시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은 따뜻한 영혼이 가진 고유하면서도 위대한 능력이다. 


 참 이상하게도, 누군가에는 말속에는 풍랑이 이는 마음속 거센 바람속을 잠재우는 힘이 있다. 

퇴사신청을 해놓은 날에 어색하고 불편한 회사 안 분위기를 꾸역꾸역 참아가며 하루하루 채우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걸어온 별로 친하지 않던 어떤 동료는 내게 귓속말로 "어서 도망쳐"라고 속삭였다. 그의 눈빛을 보니 웃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그 순간 하루종일 닫혀있던 입에 미소가 퍼졌다. 

아무도 말 걸지 않던 내 마음 허기진 공백 속에 뛰어든 그 짧은 말은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삶은 마법 같아서  어떤 인생의 순간이 아무렇지 않게  멋있어지는 순간이 있다. 


"잘 결정했어요" 라며 말하며 다시 저 멀리 가던 곳으로 가는 그 동료를 하마터면 못 알아볼뻔했다. 그 사람 안의 따뜻한 감성의 촉수가 내내 혼자 앉아 있던 의자에 닿아 점점 온기가 생겨가는 느낌이었다.

멋있는 사람은 어떤 목표를 달성한 뒤의 성공적인 모습이기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위로하며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구석에서 혼자 내 쉬는 한숨을 알아채고 저 멀리서  "왜요?" 라며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이곳에서 경험한 귀한 일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빗겨가는 나의 마음속 공간에 뚜벅뚜벅 걸어와 질문하는 사람, 진지한 분위기를 희극적으로 만들어 놓고 별거 아니라는 그 사람의 말속에, 어떤 상황이든 누군가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정직한 영혼의 시선이 있어 그곳에서의 시간이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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