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그란 사람이 아니라, 세모난 사람이었다. 어떤 관계든 한번 뒤돌아서면 돌아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미움이라 불렸다. 내가 들여다보기 불쾌한, 악취 나는 구정물이 고여있던 곳.
세상이 정한 감정의 정의는 그러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 한편에서 고여있는 물에 비친 대상과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마르지 않고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미움은 내 앞에 있는 상황 속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마치 오랫동안 나의 연약한 면이 변화되길 기다려온 것처럼.
마음의 평온을 뛰어넘는 흔들림들이 매번 나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미움이 나에게 거는 최면 같았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미움은 계속 자신만을 바라보게 했다. 미움의 대상이 바뀌기만 할 뿐 미움이라는 감정은 계절마다 찾아오는 손님처럼 마음속에 재 등장했다.
미움이 하는 일은 잡념이었다 집념이 되었다. 그것은 점점 능동적인 것으로 바뀌어갔다. 미움의 끝에 다다를수록 지금의 삶이 내가 추구하던 것들이었을까 하는 물음이 깨어났다.
미움은 수다쟁이 었고 그래서 늘 질문이 많았다. 나와 헤어지기 싫은 것처럼 이별 앞에서 망설였다.
주로 나에게 했던 질문들은 나의 지워진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미움은 자신과 반대되는 것들에 대해 안부를 묻고 싶어 했다. 미움은 한동안 만들어지지 않은 마음의 모양을 만지작거리게 하다가 내 안에서 다른 것으로 변화되기를 바랬다.
현재의 나의 삶이 내가 원하던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자각에서 한발 나아가기 위해 내리는 결심들은 강단이 필요했다. 일상에서 나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미움은 내게 용기를 내게 했다. 내가 있던 경계 너머를 꿈꾸게 했다. 사랑의 관계에서, 친구사이에서,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에서,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충돌함으로써 나의 마음은 미움이라 불리는 녀석과 함께 나의 고민에 대해 더 자유로운 선택지를 결정하게 했다. 나는 미움을 파헤치려 하고 보복하려 하고 회피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속수무책이었다. 미움의 힘은 꽤 강했다. 미움은 나약함의 반증이 아니라 다른 삶을 변주하게 할 만큼 거대한 삶의 에너지였다.
미움은 결단하려는 나의 의지를 따라 나만의 방향에 다다르게 했다. 나의 진짜 모습을 회피하기 위해 짜인 퍼즐을 발견한 것처럼 새로운 퍼즐을 맞추게 했다. 그것은 세상과의 충이 내게 돌아오는 조화의 메시지였다.
미움은 내면의 상승하려는 에너지였다. 마음의 파동 없이 잔잔한 바다이기만 하다면 삶은 더 나은 곳으로 진보되지 않았을 것이다. 불편하다고 느꼈던 낮은 감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현재에 닿았다. 온전히 품기 어려운 그 미움을 걷어내고 보면 내게 은인이라 여겨지는 순간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움의 끝에는 내가 끌어안지 못한 현재가 있었다. 해서, 미움의 다른 이름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든 감정들은 사랑이라는 힘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정거장이었다.
여전히 미움을 떠안을 때마다 한동안 방황하는 마음이 된다. 고여있던 물에는 자정작용이 있었다. 미움은 내가 없던 현재들을 배반하게 했던 낯선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