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글쓰기가 기억난다. 소풍이 끝나고 글짓기를 써내는 전체 글짓기 대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여동생과 함께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었다. 소풍에 대한 주제로 쓴 글짓기 대회에서 나는 고학년 대표로 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글짓기가 아니라 미술을 잘하던 내 동생이 저학년 대표로 상을 받은 것이 조금 의아했다.
나는 내 동생이 쓴 글이 궁금해 읽어보기로 했다. 글에는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바빠 소풍에 따라와 주지 않은 서운한 아이의 마음이 적혀 있었다. 학년 전체가 함께 소풍을 갔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점심시간이 되고 엄마가 따라오지 않은 우리 자매는 밥 먹을 장소를 찾아 한참을 돌아다녔다. 어쩐 일인지 우리 자매가 가는 벤치마다 소풍 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나는 동생을 데리고 배회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된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평소 친하지 않던 한 동급생 여자아이의 가족이 펴놓은 돗자리 한쪽 끝에 앉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곳에 앉아 싸온 김밥을 먹으면서 옆에서 들리던 동급생 가족의 웃음소리들이, 우리가 가져온 음식보다 많은 먹을거리들이 우리들을 자꾸만 곁눈질하게 했다.
그때에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김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이곳에 왔었으면 눈치를 보며 먹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어린아이다운 마음을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동생의 글에는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던 마음의 투정들이 문장으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 글이 상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똑같은 상황에 있었지만 상을 탄 나의 글은 내 동생과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글에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오로지 즐거운 일들에 대한 감상이, 아름다운 단어들로 드리워진 문장들이 있었다. 내 마음이 아니라 내가 그 소풍에서 느끼고 싶었던 마음들을 기교 속에 담고 있었다. 종종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 오던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나의 소외된 마음을 모두 감춘 아름다운 바탕의 글이었다.
진짜 마음만은 숨겨 두어야 하는 글... 나의 이야기였지만 내가 빠져 있었던 글. 그것이 성숙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통해서 듣게 된 동생이 상을 받은 이유는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말 글을 잘 쓴다고...
그때에 나는 무언가 기쁘면서도 창피한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나는 글을 통해서 아이다운 내 진짜 마음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모든 감정을 미화시키려 했던 나의 애씀이 나를 미완성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의 글은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잘 쓴 글이었지만 진실한 글은 아니었다. 나는 나의 마음을 과거에 계속해서 멈춰있게 하거나 미래 어딘가로 밀어내고 있었다.
솔직한 글을 써온 사람은 글에 대한 갈증이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오지 않은 나에게 글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은 해소되어야 할 그때의 문장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이야기들은 늘 그 순간에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했다. 그것은 함께 있다는 것으로 권리를 얻었던 모두가 소중한 나의 감정들이었다.